삼성 운명의 날…"엘리엇에 밀리면 투자·고용 위축"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위한 두 회사의 임시주주총회가 17일 열린다. 삼성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간 힘겨루기도 이날 판가름난다.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은 물론 다른 대기업의 경영활동도 급속히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임시주총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도 삼성이 이길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을 정도의 판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국민연금 등을 합쳐 42%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총 참석률을 80%로 가정하면 53.3%, 90%로 가정하면 60%의 찬성표를 얻어야 합병안건을 통과시킬 수 있어서다.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한다. 두 회사 합병을 통해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지배구조 개편에도 차질을 빚는다. 이를 계기로 해외 헤지펀드의 국내 대기업 공격이 더 거세져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급속히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외국 헤지펀드 공격에 한국 기업이 무너지면 기업의 성장모델이 바뀔 것”이라며 “기업들은 투자와 고용 확대, 국가를 위한 헌신 대신 지배력 강화에만 온 힘을 쏟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가도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많아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이번 합병에 반대 의견을 낸 국제 의결권자문사 ISS조차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22%가량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주용석/조재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