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에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시작됐듯 이번에는 중국발 경제 위기가 세계를 불황의 늪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 8일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전 세계 증시가 함께 출렁이면서 한층 구체화 됐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만큼 한번 경제 위기를 맞을 때마다 파급력 규모가 다르다.

최근 중국 증시 폭락으로 단 한 달 만에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 3조2천억 달러가 허공 속에 사라졌다.

이는 한국 연간 GDP의 2배, 그리스 GDP의 16배, 인도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2배에 달하는 액수다.

지난 8일 중국 증시가 폭락하자 세계 언론들이 우려를 쏟아내며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증시 시장에 자금을 투입한 외국인 투자자가 많다는 점도 중국발 경제 위기에 폭발력을 더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 이후 증시에 돈을 몰아 넣은 상태다.

최근 증시 폭락을 경험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증시가 떨어지는 순간 썰물처럼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갑자기 거액의 투자금이 빠져나가고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 내수 소비가 줄어들어 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

금융권의 경우 은행에서 돈을 빌린 개미 투자자들이 이를 갚지 못하면서 은행과 여기서 돈을 빌렸던 기업이 줄도산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발 경제 위기야말로 제2의 서브프라임 사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여기에 현재 중국에는 은행권 대출 조건이 되지 않으면서도 우량기업 명의로 돈을 빌리고 대출금 일부를 해당 기업에 수수료로 지급하는 '그림자 금융'도 빈번한 것을 알려졌다.

그림자 금융은 사실상 은행의 부실자금대출이나 마찬가지여서 주가 폭락 시 중국 금융시장을 무너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중국이 그간 '세계의 시장' 역할을 해 온 점도 문제다.

현재 중국은 한국과 일본의 최대 교역국이며 미국, 유럽연합(EU)에는 2번째로 큰 교역국이다.

수많은 신흥국들도 중국에 원자재를 내다 팔고 있다.

중국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구리, 알루미늄, 면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국가로 꼽힌다.

중국을 수출시장으로 삼은 기업이 많은 상태에서 중국 경기가 침체하면 한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는다.

중국에 직접 진출한 경우에도 경영상 어려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자산운용사 신흥시장팀장은 14일 "다음 세계 불황은 중국에서 시작될 것"이라며 향후 수년간 중국의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최근 5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경제 침체와 관련 없이 발생하는 전 세계적인 불황이 될 전망이다.

샤르마 팀장은 "앞으로 몇 년간 중국이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불안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주 중국에서 일어난 (증시 폭락) 사건으로 사람들은 뭔가 통제 불능이 됐다는 신호를 감지했다"고 설명했다.

중국발 세계 경제 불황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동부 연안지방을 중심으로 중국 지방정부는 줄줄이 재정위기를 겪고 있으며 경제성장률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속속 나온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성장률이 7% 아래로 떨어지면 2009년 6.6%를 기록한 이래 최악의 성적을 내게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6.8%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6.9%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수출과 내수가 모두 안 좋은 상황이어서 성장률 7%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캐피털 이코노믹스 애널리스트는 공식적인 경제성장률은 7.4%가 될 것이라면서도 "실질 성장률은 더 낮아서 5∼6% 사이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