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올 2분기 경제성장률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주목을 받았다. 급격한 성장둔화 우려 속에서 중국 정부가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7% 성장 달성’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 등 일부 투자은행(IB)은 “다음 세계 경제 위기는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가 될 것”이란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7% 성장 지킨 중국] 전방위 부양책 '약발'…중국, 생산·소비 이어 수출도 반등
중국이 이 같은 우려를 딛고 2분기에 7.0% 성장세를 달성함에 따라 중국 경제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잦아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그 강도가 미약해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방위 부양책 ‘약발’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 1분기와 같은 7.0%를 기록한 것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바클레이즈 등 대부분의 글로벌 IB는 2분기 성장률이 6.8~6.9%에 그칠 것으로 봤다. 심지어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 인민일보조차도 성장률 발표가 나오는 이날 아침자 신문에 20개 기관의 추정치를 인용해 2분기 성장률이 6.9%로 둔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통계 마사지’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줄리언 에번스-프리처드 애널리스트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공식 집계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어쩌면 5~6% 수준에 그쳤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체적으론 중국 정부가 올 들어 동원한 전방위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올 들어 세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와 지급준비율 인하, 부동산 담보대출 규제 완화, 2조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무 교환 프로그램 시행, 은행 예대비율 규제 폐지 등의 경기부양책을 쉴새 없이 내놓았다. 덕분에 중국의 실물경기 지표들이 2분기 들어 소폭이나마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 3월 5.6%로 저점을 찍은 뒤 반등하기 시작해 6월에는 6.8%로 올라섰다. 소매판매 증가율은 지난 4월 10.0%로 바닥을 확인한 뒤 5월에는 10.1%, 6월에는 10.6%로 올라섰다. 3월 이후 줄곧 감소세를 보이던 수출도 6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로 돌아섰다.

○엇갈리는 하반기 전망

중국의 실물경기가 5, 6월을 전후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향후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 글로벌 IB와 중국 내 경제전문가들은 하반기 들어 회복 강도가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래리 후 맥쿼리증권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중에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하반기 들어 더욱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롄핑 교통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2분기에 바닥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발간한 분석보고서에서 인민은행이 3분기 중에 기준금리와 지준율을 한 차례씩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들어 하반기 경기 회복을 점쳤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 같은 중국 경제의 회복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인베스트먼트 신흥시장팀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세 둔화는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며 “다음번 세계 경제 침체는 중국이 촉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지금 중국 경제는 신용거품, 부동산 거품, 투자 거품 등 ‘3중 거품’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문제들이 향후 지속적으로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