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3%대 성장 지키겠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최경환 부총리 “3%대 성장 지키겠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운용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정부가 올 하반기에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재정 확대에 적극 나선 것은 경제성장률 3%대를 지키기 위해서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여파로 살아나던 경기가 다시 위축되면서 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경기 부양으로 바뀌었다. 올초부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노동, 금융, 공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성장률 3%대 수성에 올인

[2015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경기부양에 밀린 4대 구조개혁…"내년 총선 앞두고 동력 상실"
정부는 25일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3.1%로 예측했다. 지난해 12월에 전망한 3.8%에서 6개월 만에 0.7%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추경을 편성하지 못하면 2%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메르스가 경제성장률을 0.2~0.3%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장률 추락에 정부가 꺼낸 카드가 추경 편성이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을 포함한 15조원 이상의 재정 보강으로 메르스가 깎아내린 것만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모든 재원을 총동원해 올해 경제성장률 3%대를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3%대’에 매달리는 것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1분기까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며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대 복귀가 예상됐던 2분기에도 메르스 여파로 소비와 서비스업이 위축되면서 0%대가 유력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성장률이 연 2%대로 주저앉을 경우 수출과 내수, 가계와 기업 등이 두루 위축되는 축소 균형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개혁은 후순위로

구조개혁에 대한 정부 태도는 크게 바뀌었다. 정부는 이달 초 메르스가 확산되기 전까지만 해도 구조개혁 중심으로 모든 경제정책을 추진했다. 최 부총리는 연초부터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사자를 잡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도 최 부총리는 “일본은 정치적 안정으로 뭔가 할 수 있는 구조가 됐는데 한국은 국회선진화법 등에 발목이 잡혀 구조개혁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다”며 구조개혁을 막는 정치권을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정책의 무게가 더 실리기 시작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내놓은 ‘2015년 경제정책방향’의 첫 번째 과제였던 구조개혁이 이번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는 경제 활성화에 밀렸다. 또 지난해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돼 있던 군인·사학연금 개혁,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등 다소 민감한 구조개혁 정책은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에서 빠졌다. 지난 4월 노사정위원회 대타협이 결렬돼 약화된 노동 개혁의 동력이 경기 활성화에 밀리면서 더욱 사그라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을 확대하려고 했지만 노동계가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논평에서 “하반기에는 경제 활력을 되찾기 위한 구조개혁을 가속화하고 지지부진한 규제개혁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조개혁 동력 상실 우려

이번 추경 편성으로 구조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추경에 따른 인위적인 경기 부양으로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던 구조개혁은 지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하반기에 구조개혁을 완료하지 못하면 박근혜 정부에서는 사실상 구조개혁이 물 건너간다는 지적도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실장은 “구조개혁을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하고 이해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국회가 총선 모드에 들어가면 쉽지 않다”며 “총선 이후에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아 개혁 추진 동력이 눈에 띄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15조+α

정부가 밝힌 하반기 재정 확대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과 함께 기금 확대, 공공기관 투자를 합친 액수다. 금융 지원 19조원 등은 포함하지 않았다. 추경은 예상 세수 부족분 5조원(세입결손 보전)과 메르스, 가뭄, 민생 등에 투입할 ‘5조원+α’(세출 증액)로 편성한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