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상의·지역상의 회장단 긴급 간담회 >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의와 71개 지역상의 회장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진영환 대구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신원 수원상의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김호남 목포상의 회장. 연합뉴스
< 대한상의·지역상의 회장단 긴급 간담회 >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한상의와 71개 지역상의 회장단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 진영환 대구상의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최신원 수원상의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김호남 목포상의 회장.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 속도는 주춤해졌다. 하지만 메르스로 인한 경기 위축은 정반대다. 업종과 지역을 따지지 않고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여행업계와 유통업계에 집중됐던 메르스 불똥은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체로까지 튀고 있다.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 깊게 드리웠던 경제 주름살도 전국으로 퍼지고 있는 양상이다.

“메르스가 종식되더라도 관광업계 타격은 여전할 것”(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이라는 우려가 나오는가 하면, 증권사들은 대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하며 ‘메르스 불황’ 차단에 앞장서기로 한 이유다.

◆자동차·가전 판매량 감소

자동차·가전 판매 최대 20% 줄어…제조업까지 튄 '메르스 불똥'
국내 완성차업계는 메르스 직격탄을 맞았다. 메르스 확산에 불안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매장을 찾지 않으면서 자동차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는 메르스로 인해 6월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달보다 10~20%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도 한숨짓고 있다. 이른 더위로 인해 에어컨과 냉장고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메르스에 발목을 잡혔기 때문이다. 매장 매출이 증가하는 건 꿈도 꿀 수 없는 데다, 메르스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TV홈쇼핑을 통한 매출도 늘지 않고 있다. 기사가 직접 방문해 냉장고나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 자체를 꺼려서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여름 한 철 장사나 마찬가지인 냉장고와 에어컨 생산량을 늘려놨는데 작년보다 10% 이상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모든 가전업체가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전했다.

정유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메르스로 외출을 기피하면서 기름 소비가 줄어 일반 주유소 매출은 20% 가까이 감소했다. 관광지가 몰려 있는 영동고속도로 주유소 매출은 40% 이상 줄었다.

수도권에 비해 메르스 확진자가 적은 지방도 메르스 여파를 비켜가지 못하고 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대한상의와 71개 지역상의 회장단 긴급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상의 회장들은 심각한 지역 경제 상황을 알렸다. 이강신 인천상의 회장은 “인천항 물동량이 감소했다”고 했다. 김상열 광주상의 회장은 “광주지역에 있는 완성차 및 부품업체들이 메르스로 인해 크게 위축됐다”고 전했다. 부산지역의 조선 기자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관광산업 위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대기업 실적 전망 하향 조정

메르스로 인한 경기 위축이 심화되면서 주요 대기업의 실적 전망치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르스 확진자 발생 직전인 지난달 19일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전망치 평균)는 7조3726억원이었지만, 한 달 후인 지난 19일에는 7조3217억원으로 0.69% 줄었다. 갤럭시S6와 S6엣지 등 신규 스마트폰 판매가 메르스로 주춤하고 있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1조9203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2.49% 줄었다.

대한항공의 한 달 전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609억원이었지만 현재는 1400억원으로 13.01% 내려갔다. 현대건설(-3.74%), 두산중공업(-2.29%), 이마트(-0.49%) 등 전 업종에 걸쳐 수익성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컨센서스가 있는 177개 기업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32조4521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0.23% 감소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달 들어 메르스 여파로 수출 위주 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전반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며 “내수경기 침체 부담으로 실적이 현재 예상치보다 더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인설/강현우/정지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