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지주회사체제에서도 수월하게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지주회사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가로막았던 계열사 출자 제한 등 규제가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기업엔 최대 4년간 유예될 전망이다.

또 신속한 인수합병(M&A)을 지원하기 위해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 없는 소규모 합병의 요건도 크게 완화될 예정이다.

정부가 입법을 추진하는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일명 원샷법)의 연구용역을 맡은 권종호 건국대 법대 학장은 2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는 권 학장이 제시한 초안을 토대로 내달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의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법은 사업 재편에 나서는 기업에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관련 규제를 한꺼번에 풀어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특히 기업들이 사업 재편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던 지주회사 관련 규제를 대부분 풀어주기로 했다. 지주회사체제에선 △계열사 보유 지분 제한(상장사 지분 20%, 비상장사 40% 이상 취득 의무) △자회사의 공동 출자 규제(수직적 출자구조만 허용) △비계열사 출자 제한(5% 이상 보유 금지) △부채비율 제한(자본총액 200% 이내 제한) 등의 규제를 받아 구조적으로 사업 재편이 어려웠다.

이사회 결의만으로 합병하는 길 넓혀

하지만 사업재편 기업은 이 법이 제정되면 지주사 관련 규제를 3년간 유예받고, 심사를 거쳐 유예 기간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이 요구한 세제 지원책은 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인수합병(M&A)의 장애물로 지목받은 주식매수청구권도 예외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반대주주의 청구 기간을 주주총회 후 20일 이내에서 10일 이내로 단축하고, 상장사의 주식매수 의무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연장해주기로 했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제한하는 소규모 합병 요건도 완화한다. 상법에서는 합병 대가가 존속회사(합병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하인 경우에만 소규모 합병을 인정하지만 사업재편 특례 기업에는 20% 이하로 확대해주기로 했다. 간이 합병 요건도 존속회사가 피합병되는 소멸회사 지분 66.6%(3분의 2) 이상만 소유하면 되도록 완화해줄 방침이다. 현재는 90% 이상 보유해야 간이 합병으로 인정받는다. 소규모 합병과 간이 합병은 모두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가능하다.

권종호 건국대 법대 학장은 “원샷법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지원 대상”이라고 밝혔다. 대신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일본 산업재생법과 달리 지원 대상을 공급 과잉 산업에 속한 기업으로 제한했다. 공급 과잉 산업 기준도 영업이익률의 최근 3년 평균을 10년 평균과 비교해 현저히 하락한 경우 등으로 정의했다.

또 사업재편의 주무부처나 민관합동위원회 심의 과정 등에서 거짓이나 부정 등이 뒤늦게 발견되거나 편법 상속이나 증여 등에 악용했다고 판단되면 지원 혜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