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상 카지노 논란에…크루즈 사업 '표류'…1조원대 시장 中·日에 다 뺏길라
해양수산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적 크루즈 선사 도입 방안이 표류하고 있다. 크루즈선 카지노에 내국인을 출입시키느냐를 두고 부처 간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해외 선사와 경쟁하려면 내국인 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민들의 사행성을 조장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도 문체부와 같은 입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크루즈산업은 2020년까지 1조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라며 “정부 내 불협화음이 계속될 경우 이 시장을 일본 중국 등에 빼앗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쾌속 성장’ 아시아 시장

아시아 지역의 크루즈산업은 성장세가 가파르다. 2008년 43만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2013년 137만명으로 늘었다. 2020년엔 7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은 이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 지난해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 가운데 한국인은 1만6000여명에 불과했다. 중국(69만명)과 일본(12만명)에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유독 한국 크루즈 관광객이 적은 것은 한국 항구를 모항(母港)으로 하는 크루즈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국적 크루즈 선사 두 곳과 미국, 이탈리아 등 외국 크루즈 회사가 상하이 등을 모항으로 운항하고 있다. 일본도 네 개의 국적 회사와 미국 회사 등이 근해를 운항 중이다.

“내수 진작 효과 커”

크루즈산업의 핵심은 모항과 국적 크루즈 선사다. 지금은 중국이나 일본에서 출발한 외국 크루즈가 인천 제주 등 한국 항구에 정박하면 탑승객들이 한나절 정도 시내 관광을 하고 떠나는 게 일반적이다. 한국 크루즈가 출범하면 이런 관광 수요는 물론 크루즈 운임과 배 안에서 쓰는 돈도 모두 한국 기업의 몫이 된다. 한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나 내수 진작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해수부는 올해 안에 조건이 맞는 지원 기업에 국적 크루즈 선사 면허를 내주고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일정이 불투명하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 논란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선상 카지노의 사행성이 필요 이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크루즈 카지노는 수십만원 이상의 뱃삯을 낸 사람만 출입할 수 있다. 그만큼 대상 인원이 적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대부분이어서 도박에만 몰두하기도 어렵다.

정웨이항 중국 크루즈요트산업협회 회장은 “라스베이거스나 마카오와 달리 크루즈 선상 카지노는 일종의 오락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배가 운항하는 동안 1~2센트 소액으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도박에 빠지는 관광객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15년 후면 중국이 미국 앞선다”

한국 정부가 불협화음을 내는 동안 중국과 일본 정부는 발 빠르게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일본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에 대해 비자 면제를 추진하는 한편 ‘크루즈 원스톱 창구’ 등을 통해 외국 선사들이 일본 내에서 크루즈 관련 행정절차를 일괄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했다.

중국도 ‘크루즈 지속 발전을 위한 정부 방침’을 내놓고 제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청줴이하오 중국 크루즈요트산업협회 부회장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 미국을 제치고 중국이 크루즈산업 이용률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