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서교동 이면도로에 지은 지 10년 남짓 된 상가 건물을 가진 최모씨(65)는 현재 이 건물을 아들에게 증여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당초 그는 대학생인 아들이 결혼할 때 상가 건물을 증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시지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증여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문제였다. 최씨는 “작년 한 해 동안 홍대 인근 수익형 부동산의 시세가 30% 뛰었다”며 “되도록 빨리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은행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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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상권이 활기를 띠는 지역에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이 증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개별 공시지가가 오를 경우 증여세가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가격이 저평가된 지금 증여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공시지가를 올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도 증여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시지가 상승에 증여 ‘바람’

서울 명동 부산 해운대 등 주요 상권 지역의 상가 시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조사에 따르면 명동 상가가격은 작년 4분기 0.46% 오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0.66% 뛰었다. 부산 해운대 상가도 작년 4분기와 올 1분기 각각 1.13%와 1.54% 상승했다.

부동산114가 집계한 홍대·합정 등 서울 마포구 일대 상가의 평균 매매가격은 2013년 초 3.3㎡당 2455만원에서 지난해 말 2951만원으로 2년 만에 약 500만원 상승했다. 중구는 지난해 비즈니스호텔 등으로 재개발·리모델링이 인기를 끌면서 한때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3000만원을 넘었다.

이들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들은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증여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PB센터에 들어온 부동산 증여 문의는 올 들어 평균 30% 정도 늘었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지난 2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올해 개별 공시지가도 평균 4.14%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로운 공시지가를 적용받는 6월 전에 증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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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세 효과 커”

최씨는 6월 전 상가 건물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7000만원가량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최씨가 보유한 2층짜리 상가 건물의 지난해 공시지가는 20억원대다. 시세는 40억원대다. 만약 올해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10%가량 상승하면 공시지가는 22억원으로 올라간다. 현재 가격으로 증여하면 증여세는 5억5800만원대지만 6월 이후에는 6억3000만원으로 오른다.

매년 홍대 지역의 공시지가가 10%가량 오른다고 가정할 경우 최씨가 아들이 결혼할 시점으로 예상한 5년 후에는 증여세가 9억1800만원으로 늘어난다. 김치법 신한은행 투자자문부 세무사는 “매년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상업용 부동산은 부동산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현재 시점에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증여 목적 매입도 늘어

상업용 부동산은 자산가 사이에서 증여를 위한 부동산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시세와 공시지가가 비슷한 아파트와 달리 상업용 부동산은 공시지가가 시세의 절반 정도에 그쳐 증여세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래 증여를 목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을 매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일선 PB들은 입을 모은다. 200억원대 자산가 한모씨는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자녀들에게 증여하려는 목적으로 30억~50억원대 물건을 3개 정도 매입할 계획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대출을 받아 매입해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서울 삼성동 부동산중개법인 관계자는 “예금 금리보다 높고 향후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부지 개발 호재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증여 목적으로 부동산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