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승리 선언'에 발끈한 미국 셰일업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셰일오일 업계가 원유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가 국제유가 하락에도 산유량을 줄이지 않는 전략으로 미 셰일오일 업계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자평하자 셰일오일 업계는 “생산 위축은 일시적인 것이고 곧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사우디의 주장을 반박했다.

미국 최대 셰일오일 개발업체인 콘티넨털 리소시스의 해롤드 햄 최고경영자(CEO)는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국제유가 하락으로 셰일오일 개발 활동이 줄긴 했지만 생산업체들은 새로운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고 있다”며 “낮은 유가가 셰일오일 업계의 투자를 좌절시켰다는 사우디 주장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사우디 정부 관계자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공급 증가로 유가가 급락하는 와중에도 사우디는 생산량을 유지하는 전략을 써 시장 쟁탈전에서 고비용 셰일오일 업계를 이겼다”며 “사우디는 생산량 동결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배럴당 106달러 선에서 거래되던 국제유가는 올초 배럴당 4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통상 유가가 많이 떨어지면 사우디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해 가격을 방어해 왔다. 하지만 세계 원유시장에서 점유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사우디가 가격 급락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버텼다. 중동 산유국에 비해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오일 업계가 먼저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원유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가동 중인 굴착 장비 수는 지난해 10월 1609개에서 668개로 58% 급감했다. 한동안은 유정 수가 줄어도 생산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버텼지만 생산량도 줄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유가가 60달러 선까지 반등하자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늘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날 최근 월물 기준으로 WTI는 59.88달러, 브렌트유는 66.58달러에 거래됐다.

미국 셰일오일 업체 EOG 리소시스는 “WTI 가격이 배럴당 65달러 수준까지 상승하면 내년에는 두 자릿수 생산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