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규제'에 더 고달픈 중기
“지금도 작년에 공장 지은 생각만 하면 진저리가 납니다.”

경기도에서 펌프제조 회사를 운영하는 A사장의 말이다. 그는 “공장을 직접 건축해 본 중소 제조업체 사장들에게 다시 공장을 지을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공장을 짓지 않겠다고 할 것”이라고도 했다. 환경 규제 등 눈에 보이는 법적인 제한뿐 아니라 “온갖 서류 요청과 소소한 수정 요구 등에 너무 시달렸다”는 얘기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공개한 중소기업 규제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A사장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았다. “대형 규제는 공론화라도 되지만 보이지 않는 규제는 사업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감을 들게 할 때가 많다”는 게 이들의 얘기다.

100억원대 문구도매업을 하는 K씨는 조달청 공공조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시중 판매가 1800원짜리 포스트잇이 조달청이 운영하는 나라장터에서는 1030원에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손실을 감수하면서 납품하는 이유는 “조달청 납품업체라는 타이틀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국가에 타이틀값까지 지급하며 납품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고용 관련 규제에 대한 불만도 많았다. 강원도에서 의류를 제조, 판매하는 기업인은 “장년 인턴을 채용하려면 이들이 서울이나 부산에 가서 교육을 이수하고 수료증을 받아야 한다”며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실무만 할 수 있으면 되는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장년 인턴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교육도 가능하지만 장년층은 복잡한 교육과정에 거부감을 보여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서 직원 8명과 함께 경영컨설팅을 하는 P사장은 “고용유지 지원 대상이 제조업에 한정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고용유지 지원금은 경영난과 생산량 감소 등으로 감원이 불가피하게 된 경우 신청할 수 있다. 사업자가 일시휴업, 훈련, 휴직 등을 통해 고용을 유지할 때 고용유지 지원금을 받는다. 현재 관련 법에는 업종 제한이 없다. P사장은 “경영 악화로 고용센터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문의했지만 ‘서비스업을 지원해본 사례가 없다’는 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