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개혁 문제가 다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하는 모양이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은 이번에야말로 IMF의 지배구조 개혁을 제대로 논의하자며 미국과 EU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급부상하면서 70년간 이어져온 IMF의 위상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IMF가 세계 금융의 주도권을 계속 행사하려면 더는 개혁을 늦춰선 안 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IMF 개혁은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이미 각국 정상이 합의했던 사항이다. 정상들은 미국과 유럽의 주도권을 인정하되,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IMF를 개혁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선진국 지분의 6% 이상을 신흥개도국에 넘겨준다는 구체적 합의도 있었다. 하지만 4년이 지나도록 이 합의안은 미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서 흐지부지돼 버렸다. 이사회 멤버들의 구성 배분도 여전히 미국과 유럽국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신흥국들로선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IMF는 그리스 등 남유럽 국가 위기에 대해선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 등에 비해 훨씬 후한 조건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등 부당하게 처신해 비판을 사왔다. IMF와 함께 세계 금융을 이끌어가는 세계은행(WB)도 미국의 반대로 번번이 개혁에 실패하고 있다. 중국이 AIIB를 설립하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이런 IMF의 편파적 운영에 대한 불만이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독일과 신흥국은 이번 G20 회의에서 AIIB 운영방향을 논의하자는 제안까지 들고나오고 있다.

IMF의 개혁 지연이 자칫 세계 금융시장을 두 개로 쪼개놓을 판이다. 이제 더는 개혁을 늦춰선 안 된다. IMF가 세계 금융의 핵심으로 인정받으려면 신흥국들의 실력을 인정하고, 총재 자리도 개방해야 한다. 한국도 현재 IMF의 지분이 1.41%에 불과하다. 커진 국력과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