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0일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높인 이유로 재정 건전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점을 꼽았다. 공기업 부채가 확연하게 줄고 있고, 은행과 기업 부문의 건전성도 개선되고 있어 국제금융시장 불안에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한국 신용위험은 ‘사실상 전혀 없다(notably absent)’는 이례적인 평가도 곁들였다. 이에 따라 연내 한국 신용등급이 ‘Aa3’에서 ‘Aa2’로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한국, 신용위험 전혀 없다"…연내 등급도 올릴 듯
무디스는 신용등급 전망의 상향 배경으로 한국 공기업의 부채 개선을 가장 먼저 꼽았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공기업 개혁으로 공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부채도 눈에 띄게 감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디스는 한국 정부의 공기업 부채관리계획이 2017년까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구체적으로 2013년 국내총생산(GDP)의 36.6%까지 치솟았던 공기업 부채가 2017년 30% 이하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기업뿐만 아니라 은행 기업 부문의 건전성도 크게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거시건전성 조치 등으로 기업 은행 부문의 단기외채는 2008년 9월 1900억달러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말 1150억달러로 감소했다. 무디스는 “한국은 순대외자산국 전환, 외환보유액 지속 증가,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대외 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향후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에 빠지더라도 충분한 자기완충능력(system-wide self-insurance)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한 수준이어서 은행권의 즉각적인 리스크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 부분에서도 정부의 변동금리대출 축소 등 대책을 높게 평가했다. 무디스는 이 밖에 GDP 대비 36% 수준에 불과한 국가부채비율, 양호한 중장기 성장 전망, 낮은 인플레이션 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의 신용위험은 ‘사실상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무디스가 한국에 대해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실제 등급 상향 가능성이 커졌다. 또 다른 신용평가기관인 S&P도 지난해 9월 한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실제 등급 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무디스는 2012년 8월에도 한국의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올린 뒤 4개월 만에 신용등급을 ‘A1’에서 ‘Aa3’로 높였다. 이번에 한 단계 더 높아지면 한국의 신용등급은 중국보다 한 단계 위, 영국과 프랑스보다는 한 단계 아래에 놓이게 된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과장은 “무디스의 신용등급 전망 상향은 그간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공공, 재정, 대외부문의 구조개혁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