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이란의 문이 다시 열린다. 이란 핵 협상이 12년 만에 사실상 타결되면서다. 중동의 자원 부국이자 인구 대국인 이란 경제의 개방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잠재력이 큰 이란 진출을 노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지고 있다.
['기회의 땅' 이란] "SOC시장 선점하라"…글로벌 기업, 이란 진출 채비 분주
한반도 7.5배 크기의 자원 부국

미국 등 6개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잠정 타결되면서 2010년 이후 5년 만에 이란 시장 진출의 길이 열렸다. 인구 8000만명의 이란은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제2의 경제 대국이다. 한반도의 7.5배에 달하는 커다란 영토에 2014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약 4030억달러(약 440조원)다.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0대 이하의 젊은 층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이란의 문맹률(2012년 기준)은 15% 수준이다. 주변 중동 국가에 비해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다. 내수시장이 큰 데다 소비 지향적인 성격이 있어 중동 최대 시장으로 도약할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이란은 세계 4위의 원유 매장량을 갖고 있다. 187곳에 이르는 매장지 가운데 40%가 미개발로 남아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러시아와 1위를 다투며 전 세계의 18%를 보유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제재 여파로 원유 수출이 경제제재 이전의 절반인 하루 약 110만배럴로 뚝 떨어진 상태다. 원유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개월 내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10년 이란에서 발을 뺀 로열더치셸, 스페인 렙솔, 프랑스 토탈 등 서방 국가의 에너지 업체들이 이란 시장 재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란은 터키의 소비 잠재력,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매장량, 러시아의 천연가스 매장량, 호주의 천연 자원을 모두 갖췄다”고 평가했다.

“중동의 핵심 건설 시장으로 도약할 것”

['기회의 땅' 이란] "SOC시장 선점하라"…글로벌 기업, 이란 진출 채비 분주
이란은 가스와 원유 생산 설비가 노후화돼 있다. 국제유가 상승이나 하락과 무관하게 플랜트 투자가 절실하다.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풀리면 이란 정부는 가스, 정유 플랜트 공사뿐만 아니라 토목, 건축 등 인프라 공사를 글로벌 기업들에 대거 발주할 전망이다. 실제 이란 정부는 1600억달러 규모의 공사를 발주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중동 국가들이 정유와 발전, 가스 등 플랜트 사업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이란은 항만과 도로 등 토목 프로젝트, 호텔 등 건축 프로젝트에도 관심이 많다. 글로벌 건설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란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중동의 핵심 건설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건설 및 건자재 기업들이 이번 핵 협상 타결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란은 세계무역기구(WTO) 미가입 국가다.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는 시리아가 유일하다. 하지만 이란은 반다르아바스, 부셰르항 등 남부의 해안 지대를 이용한 물류의 출입이 용이하다.

주변 국가와 도로·철도 인프라도 우수한 편이다. 남쪽을 제외한 동, 서, 북쪽으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터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메니스탄 등 7개 국가의 접근성이 좋다.

대이란 투자 실적에서 아시아 지역 국가는 건수 기준(2012년 기준)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투자 승인액 기준으로는 32%가량이다.

주요 투자 분야는 식료품 생산과 섬유 제품 생산이다. 유럽 국가들도 전통적으로 이란과 밀접한 교역 관계를 맺고 있다. 독일이 가장 적극적이며 스페인, 네덜란드, 터키가 뒤를 잇는다. 주요 투자 분야는 자원 개발과 석유화학, 제조업이다.

CNN머니는 “국제 사회에서 고립돼온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면서 서방 국가들의 자금이 밀려들 것”이라며 “이미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는 해외 투자자들의 방문으로 호텔 방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