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월 설 명절 매출을 걱정했다. 가뜩이나 소비 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설 연휴가 2월 중순 이후로 20년 만에 가장 늦었기 때문이다. 보통 설이 늦어질수록 판매가 부진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번 설 매출은 지난해 설과 비교해 7.6% 증가했다.

지난 2월 경기 지표는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넘어선 ‘깜짝’ 반등이었다. 기획재정부도 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설 명절이 올해는 2월(작년엔 1월)에 속해 있어 관련지표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기대 이상이란 반응이다. 부동산 주식 등 자산시장 호전세가 실물 경제에 미친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는 분석이다.
[세월호 이전 수준 회복한 경기] 부동산·주식시장 호조에 요우커 효과까지…생산·소비 반등
○도·소매업 호조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이 2월 중 전월보다 2.5% 급증한 것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선전 덕분이다. 서비스업생산지수는 2012년 2월 이후 최대 증가폭인 1.6% 올랐다. 서비스업 지표를 구성하는 도소매업 금융·보험업이 큰 폭으로 반등한 덕분이다.

주식시장 호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금융·보험업은 2월 2.9% 급반등했다. 도소매업은 지난 2월 전월보다 3.7% 올랐다. 지난 1월 감소폭인 2.5%를 크게 웃돌았다. 설 명절 효과를 감안해도 소비 심리가 개선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효과도 도소매업 호조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 기간(2월18~22일)에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26%에 달했다. 판매액의 4분의 1 이상이 중국인 지갑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역대 최고다.

면세점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재부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2014년도 전국 보세판매장(면세점) 매장별 매출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면세점의 총 매출액은 약 8조3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6% 증가했다.

건설업은 서비스업보다 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월에 이어 2월에도 연속으로 전월보다 4.5% 급등했다. 건축공사와 토목공사 모두 고르게 증가하면서 건설업의 활기를 이끌었다. 김병환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서비스업과 건설업의 호전이 모두 정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며 “주택경기 호조로 건설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 지속

2월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2.6% 늘면서 두 달 만에 반등했다. 화학제품(-2.3%) 기타운송장비(-3.0%) 등은 감소했지만 반도체(6.6%) 자동차(4.6%) 등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다.

반도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9% 급증하며 호황세를 보였다. 1월 광공업생산이 3.7% 급감했을 때도 반도체는 전월 대비 1.2%, 전년 동월 대비 6.3% 늘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은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조단위 적자를 봤던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문도 올해 대규모 흑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석유정제 업종도 2월 3.1%(전월비) 늘면서 호조를 띠고 있다.

최성욱 통계청 경제통계국장은 “2월 지표는 ‘서프라이징’ 수준으로 좋게 나타났다”며 “1, 2월을 평균하면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지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세종=조진형/김병근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