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독일 “같이 갑시다” > 마카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왼쪽)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일은 이날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AIIB의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 중국-독일 “같이 갑시다” > 마카이 중국 경제담당 부총리(왼쪽)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관련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독일은 이날 이탈리아 프랑스와 함께 AIIB의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신화연합뉴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여부를 고심해온 정부가 ‘조건부 가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창설 멤버로서의 이점과 경제적 실익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우려 등을 감안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AIIB의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중국 중심으로 쏠릴 수 있다고 경고하며 참여 국가들이 투명성 제고를 위해 역할을 해줄 것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이사회 상임화 여부에 촉각

[AIIB·사드 '새 국면'] AIIB 창설 멤버로 실리 챙기고…'中 패권' 견제해 국제 위상 제고
한국 정부의 ‘조건부 가입’ 방침은 이달 AIIB 설립 양해각서(MOU)에 서명하되 최종 가입 여부는 협정문이 마련되는 6월 말 이후 판단하겠다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MOU에 사인한 국가들과 함께 6월 말까지 AIIB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방식 등을 규정한 협정문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협정문 마련 과정에서 가급적 많은 국가와 함께 중국이 AIIB의 의사결정권을 독점할 수 없도록 의견을 적극 개진한다는 방침이다. 협정문이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수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가입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길 계획이다.

AIIB가 ‘중국은행’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협정문에 담길 사안인 AIIB 사무국 장소는 중국 수도인 베이징이 기정사실로 굳어진 것처럼 입소문을 타고 있다. 또 초대 총재로는 현재 설립 협상단을 맡고 있는 진리췬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가 거론되고 있다.

AIIB는 세계은행 ADB 등과 마찬가지로 총회, 이사회, 경영진 체제를 갖추게 된다. 하지만 미국 등은 AIIB의 이사회 권한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AIIB 이사의 경우 국제통화기금(IMF) ADB 등 다른 국제기구와 달리 비상임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에서 파견된 이사들이 사무국 국가에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몇 차례 회의 때만 소집되는 형태로 운영된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유럽연합(EU) 산하의 국제개발은행인 유럽투자은행(EIB)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사회가 상임 형태로 운영된다”며 “비상임으로 운영되면 중국을 견제하는 감독권이 소홀해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명하게 운영해야”

AIIB 참여 국가가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나눌지도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국내총생산(GDP)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어떤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중국 지분이 고무줄처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배구조의 핵심은 결국 투표권이 어떻게 분산되느냐에 달렸다”며 “중국이 중요 결정마다 거부권 등을 행사할 수 있도록 지분을 보유할 경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노동 양성평등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가치와 규범을 준수하는 데 있어 관련 세이프가드(안전장치)를 AIIB가 채택하는지도 중요한 사안이다. 또 고속철 통신 전력 원자재 등 조달 과정에서 투명성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AIIB에 관한 미 정부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돼 있다”며 “어떤 새로운 다자기구라도 세계은행이나 지역 개발은행이 구축한 높은 수준의 대출 관련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주요국의 AIIB 참여에 대해 “각 주권국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히면서도 “AIIB에 참여하는 국가 역시 투명성 제고를 위한 광범위한 감독권 및 다른 안전장치 등의 높은 기준을 채택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조진형 기자/위싱턴=장진모 특파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