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장바구니 물가지표’인 생활물가지수가 국제유가 하락 등으로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소비는 오히려 감소해 유가 하락이 소비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무색해졌다.
[금리인하 검토하는 한은] '장바구니 물가' 사상 첫 마이너스에도…지갑 안여는 소비자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생활물가지수는 작년 동월 대비 0.3% 감소했다. 지난달에는 -0.7%를 기록해 마이너스 폭이 더 커졌다. 199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생활물가지수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1월이 처음이다. 생활물가지수는 소비자들이 자주 구입하는 제품, 생필품 등 142개 품목을 따로 선정해 지수화한 것으로 체감물가지수로도 불린다. 쌀, 돼지고기, 라면, 맥주, 석유, 쓰레기봉투 등이 들어가 있고 올해 가격이 오른 담배도 포함된다.

생활물가지수의 마이너스 전환은 기본적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진 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휘발유, 경유, LPG(자동차용) 가격은 각각 전년 같은 시기보다 23.5%, 24.7%, 27.7% 하락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의 구매 여력도 커졌다. 소득이 같아도 장바구니 물가가 낮아진 만큼 더 많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물 지표는 반대로 나타났다. 지난 1월 소비는 전달보다 3.1% 줄었다. 3개월 만의 감소세였다. 정대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보통 생활물가지수가 떨어지면 소비가 늘어나게 마련이지만 경제이론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고령화 심화, 미래 노후에 대한 불안심리 등 구조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면서 물가하락 효과가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과 일본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각각 1.3%, 2.7%로 한국이 일본보다 1.4%포인트 낮은 수준이었다.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일본을 밑돈 것은 오일쇼크가 발생한 1973년 이후 처음이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