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임금동결…허리띠 더 죄는 삼성전자, 올해 대졸 채용도 소폭 줄일 듯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 25일까지 수차례 머리를 맞댔다. 당초 직원들을 대표하는 사원협의회는 임금 인상안을 들고 나왔다. 지난해 실적이 나빠지기는 했지만 25조원의 영업이익을 낸 만큼 적어도 물가 상승률 수준의 인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회사 측은 어려운 현실을 들어 임금 동결을 제시했다. 사원협의회는 내부 논란 끝에 사측의 임금 동결 요구를 수용하기로 전격 결정했다. 대내외 경영 여건이 간단치 않다는 회사 측의 설득을 받아들인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실적이 급격히 하락한 데다 미국 애플과 중국 샤오미 등의 협공으로 세계 스마트폰 선두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경쟁력부터 확고히 해야 한다”는 데 노사가 합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실적 하락세가 가시화되자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전사적으로 소모성 경비를 50% 삭감했을 뿐 아니라 실적이 악화된 무선사업부 임원들은 해외출장 때 가까운 거리는 이코노미석(일반석)을 이용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올초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그룹 임원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연봉을 동결했다. 그만큼 그룹 전체적으로 위기감도 높아졌다. 이번 삼성전자 노사의 연봉 동결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삼성그룹의 채용 규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이미 올초에 “대내외 경영 여건이 어렵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에 맞춰 채용 규모를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룹 주력사인 삼성전자도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작년(8500여명 추정)보다 500명가량 줄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 절감과 함께 삼성은 ‘갤럭시S6’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갤럭시S6는 애플 아이폰이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다. 삼성은 다음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국제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6를 처음 공개할 예정이다.

미래 먹거리 찾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기업 간 거래(B2B), 소프트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이들 분야를 새로운 승부처로 택했다. 2020년까지 삼성의 모든 제품을 IoT로 연결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삼성이 취약한 분야에서 단기간에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달 브라질 1위 프린팅 솔루션 업체인 심프레스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 업체인 미국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주용석/정지은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