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근로소득세만 더 걷힌 이유는…연봉 5500만원 이상 세부담 1조원 늘었다
지난해 세수 결손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한 가운데 연봉 5500만원 이상 고액 연봉자들의 세 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부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세법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고소득자에게 사실상 ‘증세’가 이뤄진 데다 종합소득세 최고세율(38%)을 적용받는 대상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 효과 1조원

지난해 근로소득세만 더 걷힌 이유는…연봉 5500만원 이상 세부담 1조원 늘었다
기획재정부가 10일 공개한 ‘2014회계연도 세입·세출 마감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소득세 세수는 25조4000억원으로 당초 세입예산(24조9000억원)을 5000억원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도 근로소득세(22조원)와 비교하면 3조4000억원 늘어난 액수다. 근로소득세는 2010년 이후 전년 대비 연평균 2조1000억원가량 증가해 왔다.

법인세가 42조7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3조3000억원, 부가가치세가 57조1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1조4000억원씩 덜 걷힌 것과 대조적이다. 근로소득세와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해 늘어난 양도소득세 정도를 제외하면 종합소득세, 관세, 개별소비세 등 대부분의 세목에서 세수가 당초 세입 예산에 미치지 못했다.

근로소득세만 거의 유일하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매년 임금 상승과 취업자 증가 등으로 인한 자연증가분에 2013년 세법개정안 효과가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의 경우 전년에 비해 상용근로자 수가 1171만명에서 1215만명으로 3.8% 늘었고 월평균 임금 역시 309만5000원에서 316만5000원으로 2.3% 증가했다. 최근 3년간 취업자 수는 평균 41만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53만명이 늘어 세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기재부는 이로 인한 세수 증대 효과가 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2014년 시행을 목표로 한 ‘2013년 세법개정’으로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 구간이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아져 1000억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더해졌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연봉 5500만원 이상 근로자들의 세 부담이 9000억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안택순 기재부 조세기획관은 “2013년 세법개정안에 따라 근로소득세에서 약 1조원의 세금이 더 걷혔다”며 “이 중 85% 이상은 세 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난 연봉 5500만원 초과자들이 부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근로소득자들에 대해 사실상 ‘부자증세’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불용액도 사상 최대 수준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부족으로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놓고 집행하지 못한 금액(불용액)도 예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지난해 불용액은 17조5000억원. 사상 최대였던 2013년의 18조원에 버금가는 규모다.

통상 세수가 예정대로 들어올 경우 불용액은 4조원 안팎에 그친다. 국세 수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 정부는 적자 국채를 발행해 보충을 하든가, 불용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20조7000억원으로 당초 예산안 편성 때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결국 세수 부족으로 다급해진 정부가 불용액을 크게 늘린 셈이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