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중국 안방보험에 팔린다…막강 자금력 中·日, 국내 금융사 매물 '싹쓸이'
동양증권은 작년 대만 유안타증권에 팔렸다. 지난달에는 일본계인 오릭스가 현대증권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 KT캐피탈 매각에는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JC플라워와 중국 신화롄(新華聯)이 경쟁 중이다.

국내 금융기업이 외국계 자본에 잇따라 팔리고 있다. 자본력에서 앞서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규제와 수익성 둔화로 역동성을 상실한 국내 기업들을 제치고 알짜 금융회사를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계가 독식하는 제2금융권

현재 국내 저축은행업계 1위는 일본계 금융기업인 SBI홀딩스가 2013년 3월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등을 인수해 만든 SBI저축은행(자산 규모 3조8000억원)이다. 일본계 소비자금융 업체인 제이트러스트는 2012년 친애저축은행(옛 미래)과 올해 초 SC저축은행을 인수했다. 현재 매물로 나온 업계 2위 HK저축은행도 외국계에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 이후 금융당국의 권유로 국내 대다수 금융지주회사와 은행이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해 현재 국내에선 대형 저축은행을 살 수 있는 인수 주체가 사실상 없다”며 “국내 대부업체는 부실 저축은행만 인수할 수 있도록 한 규제 탓에 적극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피털업계 매물도 일본과 중국, 미국 자본에 속속 매각되고 있다. 업계 2위인 아주캐피탈은 제이트러스트가 인수 우선섭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로 본계약 체결과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다. KT캐피탈 매각에선 미국계 PEF 운용사인 JC플라워와 국내 L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중국 부동산 그룹인 신화롄이 인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자본의 공격적 진출

일본 금융회사가 국내 시장을 노리는 이유는 △일본 내 초저금리에 따른 수익성 하락 △소비자금융에 대한 일본 당국의 규제 강화 △오랜 금융서비스 노하우 활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일본은 기준금리가 제로 금리에 가까운 데다 엄격하게 이자를 제한해 소비자금융(한국의 대부업) 시장이 대부분 ‘고사’ 직전의 위기에 몰리자 한국 진출을 늘리기 시작했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선진화된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과 배당소득 등을 노리고 한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시장의 보험사 수익성이 낮은 데다 한국 보험사를 인수하면 배당을 많이 가져갈 수 있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새로운 기회 요인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금융산업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와 2013년 ‘동양사태’ 등을 겪으며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한정된 시장에서 과도하게 많은 금융회사가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금융’을 키워야 할 ‘서비스산업’이 아닌 ‘산업 지원의 도구’로 보는 금융당국의 시각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