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개 숙인 崔 부총리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개 숙인 崔 부총리 >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말정산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허리 굽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봉 5500만원 이하 직장인의 세 부담 증가는 없다’고 강조한 정부가 ‘월급쟁이 증세’라는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2014년 소득분에 대한 연말정산을 해보니 정부 주장과 달리 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제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던 기획재정부는 당황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0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정·보완할 것”이라고 했지만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이는 201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던 2013년 8월과 비슷한 양상이기도 하다. 당시에도 정부는 “연봉 345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없을 것이며, 그 이상의 연봉자는 거위 깃털을 뽑는 정도의 부담만 안을 것”이라고 했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연말정산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 논란을 야기하는지 문답풀이로 정리했다.

▷현 정부 들어 ‘월급쟁이 세금폭탄’ 논란이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뭔가.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취임 첫해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세 부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세법 개정안을 내놨다. ‘유리알 지갑을 가진 월급쟁이에게 손 벌린다’는 반발에 직면했다. 여기에다 지난해 2주택자의 전세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내용의 ‘2·26 전·월세 대책’도 증세 논란을 일으켰다. 세 부담이 늘어난 일부 사례만 부각해 보도한 언론도 논란을 부추겼다.”

▷세금 부담이 늘었으니 증세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정부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이 아니어서 증세는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납세자 입장에선 내야 하는 세금이 늘었으니 명백한 증세라고 말한다.”

▷정부가 잘못한 점은 뭔가.

“정부 세정(稅政)이 여론 추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 세법 개정안은 1주일도 안 돼 수정안이 나왔고, 2·26 전·월세 대책은 3·5 보완→6·13 보완→7·17 보완 등 세 번이나 수정됐다. 최 부총리가 20일 다음 세법 개정 때 근로소득세 세제 개편을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 자체가 정부 정책의 미흡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연말정산 논란 확산] "복지 확대에도 증세 없다"던 정부…'세금폭탄' 반발에 허둥지둥
▷직장인 세 부담이 늘어나나.

“세금이 늘어나는 샐러리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연봉이 5500만원이고 6세 이하 자녀 셋을 기르는 A씨의 사례를 보자. 지난해 연말정산 때는 6세 이하 자녀공제(300만원)와 다자녀 추가공제(300만원)에 A씨의 근로소득세율 15%를 곱해 90만원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다자녀 관련 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통폐합되면서 올해는 50만원만 돌려받는다.”

▷세액공제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있다.

“연금저축과 보장성 보험료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12%다. A씨가 연금저축을 한 해에 400만원(최대 공제한도) 넣는다고 하자. 지난해는 근로소득세율 15%를 적용해 60만원을 돌려받았으나 올해엔 48만원(400만원×12%)만 돌려받는다.”

▷그럼 정부는 왜 연봉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없다고 하나.

“‘세 부담이 없다’고 말한 것은 동일 소득구간의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다. 즉 연봉 5000만~5500만원을 받는 샐러리맨은 공제항목과 수준에 따라 환급액이 늘거나, 줄기도 하는데 이를 모두 더하면 평균이 ‘0원’ 정도라고 설명한 것이다.”

▷돌려받는 금액이 줄었다는 직장인이 더 많은 것 같다.

“정부가 실기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2011년 소득자료로 추산해 발표했는데 이후 물가 상승으로 명목소득이 증가했다. 때문에 세금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세 부담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나.

“6세 초과 자녀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연봉 5500만원인 직장인이 초등학생과 중학생 한 명씩 키울 경우 이전에는 다자녀 추가공제(두 자녀에 대해 100만원×근로소득세율 15%)를 적용해 연말정산에서 15만원을 돌려받았다. 반면 올해는 다자녀 추가공제가 자녀 두 명까지는 1인당 15만원으로 고정돼 30만원을 환급받는다. 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15만원 줄어드는 것이다.”

▷월급쟁이의 반발이 심한 이유는.

“정부가 연봉 7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최고 3만원, 5500만원 이하는 세금이 늘지 않는다고 강조한 것이 화근이다. 일부는 최대 100만원 이상을 더 내는 경우도 있는데 정부는 이를 간과했다.”

▷예전처럼 매달 원천소득세를 많이 떼고 연말정산 때 많이 돌려주면 되는 것 아닌가.

“조삼모사(朝三暮四)적인 측면이 있다. 전체 세액으로 따지면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항목을 세액공제로 바꾼 이유는 뭔가.

“소득공제는 연봉 중에서 교육비, 의료비 등 각종 법정 지출액을 뺀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세액공제는 일단 소득 전액에 대해 세금을 매긴 다음 세금 자체를 깎아주는 방식이다. 정부는 소득공제 방식이 지출이 많은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방식이어서 이를 세액공제로 전환했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더 걷은 세금으로 저소득층 지원을 늘렸다는데.

“정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확보한 재원(9300억원)에 4700억원을 보태 1조4000억원을 저소득층에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근로자와 자영업자에게 자녀 1인당 최대 50만원을 지원하고 근로장려금 대상도 확대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완책은 뭔가.

“올해 연말정산은 이대로 간다. 세법을 바꾸는 데 시간이 걸린다. 내년부터는 다자녀, 노후대비 금융비용 등에 대한 공제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연말정산 신고 절차가 올해 더 복잡해진 이유는.

“정부는 지난해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2016년 말까지 체크카드 소득공제율을 30%에서 40%로 높인다고 발표했다. 다만 높아진 공제율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2013년 연간 소비액의 50%보다 클 경우 적용된다’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납세자들의 입력 작업이 복잡해졌다.”

김우섭/김주완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