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추락, 국가신용등급 강등 혼란 초래 가능성"

지난해 말 대폭락 사태 이후 불안한 안정세를 유지해온 러시아 통화 루블화 가치가 또다시 빠른 추락세를 보이면서 환율 붕괴 사태 재현이 우려되고 있다.

새해 들어 지난 5일 처음 개장한 모스크바 증시에서 달러당 59~61루블, 유로당 70~72루블 사이를 오르내리던 루블화 환율은 공식 연휴가 끝난 12일부터 빠르게 뛰기 시작해 13일 오후(현지시간) 장중엔 달러당 66루블 선, 유로당 78루블 선까지 크게 올랐다.

전날 종가보다 각각 3루블 이상씩 뛴 것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4일 루블화 공식 환율을 달러당 64.84루블, 유로당 76.77루블로 공시했다.

전문가들은 반등 기미를 보이던 국제 유가가 다시 추락하고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직전 단계까지 강등한 것이 루블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국제 시장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계속 하락해 배럴당 45달러 선까지 떨어졌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도 2달러 넘게 내려 각각 46달러 선과 47달러 선에 거래됐다.

앞서 9일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 등급 바로 전인 'BBB-'로 내리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에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수준으로 강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S&P는 현재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최하위 투자 적격 등급인 'BBB-'로 유지하고 있으나 지난해 말 '부정적 관찰대상'에 포함시켜 투기등급으로 강등할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제유가도 이번 주 중에 배럴당 40~45달러 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해 말 금융 혼란으로 크게 흔들린 러시아 경제가 또 한차례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루블화 환율이 폭등하고 외국 투자자들이 자금 회수에 나서면서 대규모 자본 유출이 벌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 당국이 이미 이 같은 시나리오에 대비해 외환 시장 개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큰 혼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또 다른 전문가들은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70루블 이상으로 폭등하는 사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엔 루블화 환율이 달러당 80루블, 유로당 100루블 선을 넘어서며 금융 혼란이 빚어진 바 있다.

한편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2일 올해 러시아의 인플레율 전망을 기존 9%에서 13.7%로 상향 조정 발표했다.

은행은 올해 4월에 인플레율이 최고조에 달해 15.1%에 이르고 연말에는 10.6%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은행은 그러면서 전체 수출의 70%, 재정 수입의 50%를 석유·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에서 국제 유가 폭락이 경기 침체, 환율 및 인플레율 상승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 국가통계청은 앞서 올해 인플레율을 11.4%로 잠정 발표했다.

2013년 인플레율은 6.5%였다.

모건스탠리는 또 러시아 중앙은행이 올 상반기 중에는 기준금리를 현행 17%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할 것이며 하반기 들어 인플레율 둔화 현상이 뚜렷해져야만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