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전이다] "4000개 섬유업체 한곳에 모이니 세계서 가장 빠른 시스템 생겼죠"
“전 세계 고급 니트의 40%를 경기 양주와 포천, 동두천(양·포·동)에서 생산합니다. 빠른 시간 안에 고급 제품을 다품종으로 소량 생산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경기북부환편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병균 에스케이니트 대표(사진)는 “편조직물과 염색, 가공을 하는 공장 등 4000여개 섬유업체가 자발적으로 모여 있는 곳이 양·포·동”이라며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짧은 배송 시스템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4000여개 업체와 연구기관 밀집

에스케이니트는 지난 8월 프란체스코 교황이 방한했을 때 스태프들이 입은 반소매 기능성 티셔츠 7000장을 3주 만에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일곱 가지 색으로 7000장의 기능성 티셔츠를 3주 안에 만들어내기 위해 매일 부지런히 원단을 짜서 염색하는 일을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했다”고 말했다.

양·포·동에는 3000여개 직조직물 제조업체와 1000여개 염색 및 후가공 업체, 검사·포장 업체들이 몰려 있다. LF, 영원무역, 세아상역, 코오롱패션머티리얼 같은 대기업들은 니트나 기능성 원단 제조를 위해 대규모 공장을 지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10명 미만의 소공장이다.

이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관련산업 집적 효과’ 덕분이다. 원단을 공급하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섬유소재연구소, 그린니트연구센터, 섬유종합지원센터, 경기중기센터, 북부기업지원센터, 섬유원자재수급지원센터, 섬유봉제지식산업센터 등 지원기관도 이곳에 밀집해 있다. 차로 1시간 거리 안에 있는 4000여개 기업과 연구시설이 시너지를 내고 있다.

니트 등 고급 의류로 차별화

양·포·동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니트나 스웨터 등 편조직물과 아웃도어용 기능성 원단 등 고부가가치 의류제품이 대부분이다. 가격이 싸고 품질 경쟁력도 뛰어나다.

한국의 섬유 수출액이 2005년 31억8000만달러, 2012년 31억7000만달러로 정체된 반면 양·포·동의 주력 상품인 니트 수출액은 이 기간에 26억9000만달러에서 40억7000만달러로 51% 늘었다. 정체된 섬유 산업에서도 세계시장을 뚫으면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양·포·동이 있는 경기 북부의 섬유 수출액은 2000년 3억8100만달러에서 2005년 5억1000만달러, 2010년 6억6800만달러, 2012년엔 8억6400만달러로 계속 뛰고 있다.

패션 세계시장에도 진출

양·포·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 패션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와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 주관으로 경기 양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2014 경기니트 컬래버레이션 패션쇼’는 소재와 디자인의 만남을 보여준 행사였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이상봉 곽현주 명유석 신장경 장광효 정훈종 홍은주 한동우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대광레이스, 현일텍스, YJ글로벌, 웰테크글로벌, 파텍스, SG상사, 수아텍스 등 경기 지역 7개 중소 섬유기업과 협업해 의상을 제작했다.

경기도는 양·포·동의 경쟁력을 더 키우기 위해 이곳에 ‘K패션 디자인 빌리지’를 만들어 세계적인 창작타운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양주·포천=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