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업무용 토지 매입에 대해 기업소득환류세제상의 투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대신 내년부터 한 해 이익의 80% 이상을 임금 인상이나 배당,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환류세를 물도록 했다.

또 세법상의 중소기업 기준을 단순화해 매출액과 자산총액이 각각 1000억원과 5000억원 미만이어야 중소기업으로 분류하도록 했다. 정부가 이 같은 내용으로 25일 발표한 14개 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다음달 30일부터 시행된다.
[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 예고] '환류세' 부담할 기업 700여곳…추가 세금 1조원 넘을 듯
○700곳 환류세 1조원대

기업소득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 이상(중소기업 제외)이거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에 한해 당기 이익의 일정 비율 이상을 임금 인상이나 배당,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기준에 미달하는 금액의 10%를 법인세로 추가 징수하는 일종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다.

기업은 한 해 투자금과 배당금, 임금 상승분이 한 해 이익의 일정 비율(α)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에 대해 법인세를 징수하는 방식((a)안)과 투자를 제외한 배당금 및 임금 상승분이 한 해 이익의 일정 비율(β)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에 대해 환류세를 징수하는 방식((b)안) 중에 환류세를 선택할 수 있다. 시행령에선 (a)안의 α를 80%, (b)안의 β를 30%로 각각 정했다. α값은 기획재정부가 종전에 제시한 60~80%의 최대치인 반면 β값은 20~40%의 중간값이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대상기업 3300개의 평균 α값이 125%에 달해 제도 실효성을 위해 최대치로 정할 수밖에 없었다”며 “β값은 평균값인 30%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으로 환류세를 물어야 하는 기업은 700여개에 이른다. 환류세 규모는 1조원대로 추정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α값을 60%, β값을 20%로 가정해 환류세 부담을 추정한 결과 지난해 기준 729곳이 1조738억원을 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 투자 인정 ‘미지수’

환류세상 당기 이익과 투자의 범위도 정해졌다. 해외 투자를 대폭 늘렸던 기업들은 당기 이익의 범위를 국내에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국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류세상의 당기 이익에는 법인세법상 소득금액에서 해외 자회사 수입배당금과 당해연도 감가상각분 등이 더해진다.

투자로 인정되는 범위는 사업용 유·무형 고정자산으로 한정된다. 업무용 건물 신·증축 건설비와 토지 매입비, 기계장치와 차량·운반구 등이 포함된다. 일반 토지와 기존 건물, 중고품은 새로운 투자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 해외투자나 인수합병(M&A) 등 지분 취득은 인정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1조9000억원을 들여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를 M&A한 한화그룹의 지분 매입도 환류세상의 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M&A에 나설 경우 현금 지출이 많은 점을 고려해 환류세 과세방식을 투자를 포함한 (a)안에서 투자를 제외한 (b)안으로 중도 변경할 수 있도록 해준다. 원칙적으로 기업들은 (a)안이나 (b)안을 선택한 경우 3년 동안 유지해야 한다.

기업 요구사항 중 유일하게 업무용 토지와 건물(신·증축)이 투자로 인정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매입도 환류세상 투자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생겼다.

하지만 업무용 토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내년 2월 마련될 시행규칙에서 정해질 예정이어서 최종 인정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법인세법에선 업무용 토지 기준을 5년 이내 사후 검증으로 판단하지만 환류세제는 3년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이유로 사전 검증을 위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연봉 1억2000만원 이상 제외

근로소득증대세제와 배당소득증대세제도 구체화됐다. 근로소득증대세제는 근로자 기준에서 연봉 1억2000만원 이상 고액연봉자, 임원, 최대주주 및 친족 등을 제외하기로 했다.

배당소득증대세제를 적용받는 고배당 기업 기준도 추가됐다. 우등형(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각각 시장평균보다 20% 이상 높으면서 배당금이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한 상장기업)과 노력형(배당성향과 배당 수익률이 각각 시장평균의 절반 이상 수준이지만 배당금이 30% 이상 급증한 상장회사)뿐만 아니라 신규상장기업·무배당기업은 배당성향과 배당수익률이 각각 시장평균보다 30% 이상 높을 경우 혜택을 받게 된다.

세종=김우섭/조진형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