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銀·ING생명·우투증권 인수 잇단 '고배'…LIG손보 삼키면 '1위 금융그룹'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하면서 '인수합병(M&A) 잔혹사'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7명 사외이사의 전원 사퇴로 금융당국도 더 이상 LIG손보 인수 승인을 미룰 명분을 잃게 되면서 이르면 이달 내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수년간 이어졌던 KB금융의 M&A 잔혹사에 마침표를 찍고 1위 금융그룹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 M&A, 손댔다 하면 모두 실패…"M&A 저주 붙었나" 비웃음도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M&A 잔혹사는 지난 2006년 외환은행 인수 추진 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KB금융그룹은 인수 경쟁사인 하나금융을 제치고 론스타와 외환은행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2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제시하며 계약을 성사시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론스타의 '먹튀' 논란과 감사원 조사, 검찰 수사 등이 잇따르면서 2006년 말 KB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했다.

결국 당시 KB금융에 밀려났던 하나금융그룹이 재작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2011년에는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추진에 따라 승부수를 띄웠으나 '메가뱅크' 논란 등 금융권 안팎의 반대여론에 밀려 M&A 카드를 접어야 했다.

2012년에는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내걸고 ING생명 한국법인의 인수를 강력히 추진했다.

그러나 이사회의 벽에 막혀 인수가 물 건너가자 경영진과 사외이사 간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당시 어 회장이 중국 현지법인 개소식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사외이사들과 함께 한 술자리에서 술잔을 깨고 고성을 지르는 일이 일어났었다.

지난해에는 우리금융지주가 내놓은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증권+자산운용+생명+저축은행) 입찰에서 농협금융그룹에 밀려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KB가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최고 입찰가를 써내고도 패키지 전체 입찰가를 더 높게 써낸 농협에 밀리면서 "M&A 저주가 붙은 것 아니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임영록 전 KB 회장(행시 20회)이 고시 후배인 임종룡 농협 회장(24회)에게 밀리면서 아픔은 더욱 컸다.

절치부심하던 KB금융은 마침내 올해 6월 LIG손해보험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 M&A 잔혹사에서 벗어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KB 사태로 당국의 LIG손보 인수 승인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잔혹사는 재연되는 듯했다.

◇ 他그룹, M&A로 다각화 성공…KB, LIG 인수하면 '1위 금융그룹' 재도약
KB금융그룹이 M&A 경쟁에서 잇단 고배를 마시는 사이 다른 금융그룹들은 M&A 성공을 기반으로 다각화에 진전을 이뤘다.

신한금융그룹은 2002년 굿모닝증권을 신한증권과 합병한 후 대형 증권사로 키워냈으며, 신한생명도 업계 5위까지 올려놨다.

하나금융은 2005년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해 대형사인 하나대투증권을 만들어냈으며, 2012년에는 외환은행까지 인수했다.

농협금융그룹의 경우 우투증권 합병으로 NH투자증권이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농협생명은 생명보험업계의 절대 강자인 삼성생명을 제치고 올해 신규 보험료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그룹들이 약진하는 동안 정체를 면치 못한 KB금융은 결국 부동의 1위 자리를 신한금융에게 내주고 말았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그룹 총자산은 KB가 399조원, 신한이 401조원이다.

하지만, LI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한다면 KB금융은 다시 '1위 금융그룹' 자리를 탈환할 수 있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LIG손보의 자산은 20조6천억원, 임직원은 3천500명에 달한다.

이를 인수하면 총자산 420조원, 임직원 2만8천여명으로 신한을 제치고 1위 자리에 다시 오르게 된다.

보험 부문의 강화로 은행에 치우쳤던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할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실 KB금융은 그동안 충분한 '실탄'을 가지고도 유독 M&A 경쟁에서만은 약한 모습을 보여왔었다"며 "이번에 M&A 잔혹사에서 벗어난다면 KB금융의 재도약 기반이 마련되는 만큼 이후 어떠한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이지헌 홍국기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