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경기 급락' 경고] "소비·투자·수출 증가율 줄줄이 반토막"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발표한 ‘2015년 경제 전망’을 통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잡은 것은 우리 경제가 미약한 회복세를 본격 회복세로 반전시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더욱이 3.5%는 ‘보수적인’ 수치가 아니라 대내외 악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했다는 설명까지 달았다. 기업 투자와 민간소비 부진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심각한 소비·투자 부진

이날 KDI의 수정 전망치는 기획재정부(4.0%)와 한국은행(3.9%)보다 0.4~0.5%포인트 낮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의 중심에는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하는 민간소비 부진이 자리잡고 있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가 올해보다 2.3%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경제전망 때(3.2%)보다 1%포인트 가까이 전망치를 끌어내렸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 전망치도 작년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3.6%로 잡았지만 1.7%로 1.9%포인트나 대폭 낮췄다. 김성태 KDI 연구위원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부진에서는 벗어났지만 가계소득 비중 감소, 기대수명 연장 등의 구조적인 요인으로 민간소비 증가율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와 함께 내수의 양대 축인 투자 증가율도 대폭 하향 조정됐다. KDI는 지난 5월 전망에선 내년 설비투자가 6.8%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번에 3.3%로 낮췄다. 올해 전망치(4.7%)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은 건설수주 확대와 주택시장 회복으로 3.8%에서 4.7%로 상향 조정했다.

◆반갑지 않은 경상수지 흑자

수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KDI는 수출 증가세가 내년에 크게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 증가율은 3.6%로 지난 5월 전망치(7.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수출 부진이 이미 시작됐다는 진단이다. 지난달 통관기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해 469억99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감소 폭으로 보면 작년 2월(-8.6%) 이후 가장 컸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에 대한 수출이 감소하고 하루 평균 수출액 증가세도 둔화돼 회복이 지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DI는 다만 경상수지 전망치는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655억달러에서 890억달러로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수출 증가에 힘입은 것이 아니다. 돈을 쓰지 않는 중·장년층 인구 비중이 늘어나 경상수지 흑자 폭이 커진다는 것.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크게 늘린 건 내수가 그만큼 침체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조 개혁 서둘러야

KDI가 이날 발표한 전망치는 내년 세계 경제가 3.8%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에 따라 내놓은 것이다. 3.8%는 국제통화기금(IMF)의 예상치다.

하지만 IMF가 이 수치를 하향 조정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은 추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 경제의 성장세 둔화, 유로존의 장기 침체 등 하방 위험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DI는 내년에도 당분간 확장적인 재정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공기업 부채, 공적연금 등의 공공부문 개혁과 세원 확대 등의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적정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유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산정방식을 강화해 가계부채의 부실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