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증진기금 증가로 제약업종은 수혜 예상

담뱃값 2천원 인상 확정으로 KT&G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담배 수요 감소로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KT&G가 추가로 담뱃값을 올려 세금 인상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현재 상태로는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KT&G는 오전 9시 55분 현재 전날보다 2천500원(2.74%) 내린 8만8천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주가는 장중 5%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국회는 전날 담뱃값을 한 갑당 2천원 올리기 위한 개별소비세법과 지방세법,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전문가들은 담뱃값 인상이 KT&G의 이익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KT&G는 2013년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 62%를 확보한 국내 담배업계 1위 업체이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가격 인상 내용을 보면 담뱃세는 기존 대비 119.9% 증가했지만 출고가는 4.6%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며 "이 상태로는 제조업체에 실질적인 이득은 없고 오히려 급격한 수요 감소로 심각한 실적 감소가 야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은주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004년 담뱃값 500원 인상 이후 담배 수요가 15% 감소했다"며 "이번 인상 폭이 과거보다 현저히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최소 15%의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증권은 KT&G의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16.7% 낮췄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상의 여파로 2016년 담배 판매량이 2013년보다 약 20% 감소하고 성인 남성 흡연율은 42%에서 34%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KT&G가 담뱃값을 추가로 올릴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담뱃값 인상이 KT&G 주가에 이미 반영됐으며 최근 하락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담배 내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 정도 감소에 그칠 것이며 이는 상당 부분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만회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보면 판매 물량의 감소는 고정비 축소를 유도하기 때문에 이익은 곧 회복된다"고 분석했다.

노경철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담배제조업체들이 심각한 이익 훼손을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KT&G가 담뱃값을 추가로 200원 인상하면 출고가는 현재 대비 약 28% 증가해 이익 감소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담뱃값 인상이 제약업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이 오르면 건강증진기금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이 좋아져서 제약업종 투자심리를 저해하는 약가 인하 압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015년 건강보험 당기 수지 흑자 규모가 기존 2조5천억원에서 3조∼3조5천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담뱃값 인상 후 제약업종 상승률은 2003년 34.2%, 2005년 118.3%로 양호했다"며 제약업종 주가 상승의 필요조건은 충족됐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