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마가편' LG…세대교체보단 '힘 실어주기'로 불황 돌파
“전략과 실행력을 겸비한 인사를 앞세워 글로벌 불황을 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LG 고위 관계자는 27일 단행된 인사 내용을 이렇게 설명했다. LG는 이날 하현회 LG전자 HE사업본부장(58)을 (주)LG사장으로, 조준호 (주)LG사장(55)을 LG전자 MC사업본부장으로 이동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장단 및 임원 인사를 발표했다.

악화하고 있는 경영환경을 고려해 세대교체보다는 사업역량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인사를 단행했다는 평가다. 새 진용을 갖춘 LG가 스마트폰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등 주력 사업에서 시장 공략의 고삐를 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뚝심의 전략통’ 하현회 사장

그룹 지주회사인 (주)LG 경영을 맡은 하 사장은 그룹 내 대표적인 ‘전략통’이다. 그는 2012년부터 2년간 (주)LG에서 계열사의 능력을 하나로 모아 미래 사업을 준비하는 시너지팀의 팀장을 맡았다.

LG 스마트폰 중 첫 성공작으로 꼽히는 G2와 최근 세계 최초로 출시한 초고화질(UHD)급 OLED TV,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전기차 부품 등은 하 사장이 시너지팀장 시절에 기틀을 다져놓은 사업이다.

지난 1년간 LG전자에서 TV 사업을 이끌며 ‘강한 LG’의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OLED TV 양산을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업계 1위이자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OLED TV 출시를 늦추고 있지만, 하 사장은 “미래 TV는 OLED로 갈 수밖에 없다”며 개발과 출시를 밀어붙였다. LG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적임자”라며 “‘시장 선도’라는 구본무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마가편' LG…세대교체보단 '힘 실어주기'로 불황 돌파
○조준호, 조성진 “1등 LG전자 만든다”

LG 휴대폰 사업은 올해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 전년 3분기엔 797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지만 올 3분기에는 전략 스마트폰 G3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1674억원의 흑자를 올렸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의 연임을 점쳤지만, 구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의 ‘퀀텀 점프’를 위해 조준호 사장을 앉혔다.

조준호 사장은 LG그룹에선 ‘전설적인’ 인물이다. 2000년 LG정보통신 상무가 된 이후 불과 2년 만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2004년엔 LG전자 MC사업본부 북미법인장을 맡으면서 3위권에서 머물던 LG 휴대폰을 4년 만에 1위로 올려놓았다. 2010년 (주)LG 사장으로 취임해 만 4년 동안 구 회장을 가까이에서 보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과거 휴대폰에서 1등을 해본 조준호 사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얘기가 적지 않았다.

'주마가편' LG…세대교체보단 '힘 실어주기'로 불황 돌파
조성진 사장(58)은 이번 인사에서 사실상 승진했다는 평가다. 이전엔 각각 사장 1명이 이끌던 HA(가전)사업본부와 AE(공조)사업본부를 합친 H&A사업본부를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LG전자 가전사업을 세계 선두권으로 올려놓은 추진력을 인정받아 중책을 맡았다는 평가다. 올 들어선 무선 진공청소기 등 세계 최초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최상규, 여상덕, 이규홍 사장 승진

LG전자에선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부사장·58)이 탁월한 영업능력을 인정받아 사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에선 여상덕 최고기술책임자(부사장·59)가 OLED 기술 개발에 대한 공로로 사장 직함을 받았다.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건설업 등을 하는 계열사 서브원은 이규홍 LG전자 일본법인장 부사장(57)을 사장으로 선임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