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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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사진)는 29일 당분간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말 정기인사 전까지는 자회사 대표 및 임원에 대한 인사를 따로 하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배경 안보고 역량만으로 평가”

KB금융은 29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를 열어 윤 내정자를 KB금융 회장 후보로 추천하고, 다음달 2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윤 내정자는 최종 선임 전까지 KB금융과 경영고문 계약을 맺고 30일부터 자회사로부터 순차적으로 업무보고를 받을 계획이다.

윤 내정자는 지난 22일 회장 내정 후 이날 처음으로 서울 명동 KB금융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영 구상을 밝혔다. 우선 연말 정기인사 전까지는 인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올해 남은 두 달간 마무리를 잘해 성과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임직원들이 추진하던 과업에 전력을 다하게 하기 위해 정기인사 때까지는 따로 인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새 회장이 자회사 대표 및 임원들로부터 일괄 사표를 받고 ‘물갈이’하는 것과 달리 일단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이후 인사는 성과와 역량만을 기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까지 어떤 인연과 연고로 KB금융에 왔든 간에 아무것도 묻지 않겠다”며 “KB금융에 와서 보인 성과와 역량만으로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사 청탁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오늘 새로 수첩을 샀다”며 “앞으로 인사 청탁이 들어오는 사람은 반드시 수첩에 기록하고,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CEO 내부 승계 전통 만들 것”

윤 내정자는 “조직을 최대한 빨리 추스르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국민은행장을 겸임하기로 이사들과 논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2008년 지주사 출범 이후 국민은행장을 겸임하는 회장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추진해 KB금융에도 내부 승계 전통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회장-행장 분리 시기에 대해선 “조직 안정과 경쟁력 제고가 전제”라며 “승계 프로그램의 기초가 잡혔다고 판단되면 행장을 따로 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주사 사장직과 은행 수석부행장직을 신설하는 문제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 보겠다”며 말을 아꼈다.

‘KB사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선 “이사회와 상의하고 외부 컨설팅회사를 활용해 개선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불거진 사외이사 책임론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을 피했다. 일부 사외이사는 이날 거취에 대한 질문에 “사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