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佛에 노벨경제학상 안긴 장 티롤 교수 "독과점 일괄 규제, 시장실패 초래할 수도"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이 담합해 자꾸 제품 가격을 올린다. 경쟁당국이 꺼내든 칼은 가격상한제. 제품 가격을 어느 선 이상 올릴 수 없도록 해버렸다. 이런 규제는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26년 만에 조국 프랑스에 노벨경제학상의 영예를 안긴 미시경제학자 장 티롤 툴루즈1대학 교수(61·사진)는 이 같은 문제에 해답을 찾고자 했다. 일반적으로 시장에 대한 규제는 독과점으로 일어나는 ‘시장의 실패’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일괄적인 규제는 의도치 않게 더 큰 실패를 일으킬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게임이론 등 미시경제학의 분석 틀을 끌어들였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티롤 교수는 산업조직이론의 대가”라며 “그동안 미국 학자들에게 편중됐던 노벨경제학상이 그를 선택한 것은 뒤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는 오늘날 각국 경쟁당국이 규제정책을 짤 때 기본틀이 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그를 수상자로 꼽은 배경이다.

티롤 교수가 독과점 시장의 기업 행동을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권재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학원론을 보면 완전경쟁시장이 맨 처음 나오고 바로 다음에 독점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며 “실제로는 그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가 중요한데 티롤 교수는 그 영역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주요 국 경쟁당국은 가격에 상한을 두거나 경쟁자 간 담합을 금지하는 등과 같은 일괄적인 규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여기서 티롤 교수는 득실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의 이론은 이런 흐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가격상한제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특정 가격선까지는 늘 받을 수 있어 초과이익을 허용하는 부작용도 생긴다. 가격담합은 보통 해롭다. 그런데 특정 기업들이 모여 특허 권한을 공유하는 ‘특허풀’은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합병은 혁신을 촉진하지만 시장경쟁을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

티롤 교수는 따라서 특정한 시장과 산업에 맞는 가장 최적화된 규제를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그를 규제완화론자 또는 규제강화론자로 볼 수 없는 이유”라며 “그는 가장 합리적인 규제를 설계해 사회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방법을 게임이론에서 찾았다. 기업들이 스스로 비용과 효용을 파악해 행동하도록 규제정책을 짜는 것이다. 때로는 기업에 경제적 유인을 주는 게 도움이 된다는 것도 티롤 이론의 특징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예를 들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정보통신 산업은 자연독점 산업이 되기 쉽다”며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줘 독과점 때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재화를 생산하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티롤 교수는 프랑스인으로는 세 번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1953년 의사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수학에 뛰어났다. 프랑스 이공계 최고 수재들이 모이는 에콜 폴리테크니크에 진학한 뒤 경제학에 관심을 뒀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1981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0년 프랑스 남부 툴루즈1대학 교수를 맡았다.

김유미/마지혜/김순신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