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의 출사표…다음카카오로 포털 제왕 네이버 꺾는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반드시 1등을 한다.’

과감한 ‘승부사’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사진)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 의장은 1998년 한게임, 2006년 아이위랩(카카오의 전신)을 창업하며 혁신적 서비스로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가 이번에는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모바일 세상의 모든 것을 연결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다. 평소 그의 말처럼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향한 항해에 나선 것이다.

김 의장은 앞으로 다음카카오를 이끌며 국내 시장에서는 ‘포털 제왕’ 네이버와의 전면전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카카오는 PC 인터넷 분야 리더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모바일 플랫폼의 최강자인 카카오의 결합이다. 따라서 웹과 모바일 서비스를 아우르는 ‘양공 작전’을 펴나갈 것으로 인터넷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세상 모든 것을 연결한다”

다음카카오는 1일 공식 출범 행사에서 ‘새로운 연결, 새로운 세상’이란 비전을 제시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정보,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람과 사물 등 일상생활을 둘러싼 모든 것을 연결하고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다음카카오의 비전을 소개하는 영상도 선보였다. 이 영상에는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내놓을 신규 서비스를 가늠할 수 있는 단초들이 담겼다.

예컨대 △카카오톡 메시지를 영어로 보내면 이를 곧바로 한글로 바꿔 전송해주는 ‘실시간 번역 서비스’ △카카오 플랫폼을 이용해 택시를 부르고 결제까지 하는 ‘신개념 콜택시 서비스’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 주차할 공간을 알려주는 ‘실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등이 화면을 스쳐 지나갔다.

스마트폰으로 집안의 각종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들도 소개됐다. 다음카카오가 앞으로 단순히 메신저, 포털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설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연한 조직 통합 이끈다

다음카카오는 이를 위해 빠른 실행력을 갖춘 수평적 조직 구조도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서비스별로 10개의 팀 조직을 꾸리기로 했다. 전략팀 경영정책팀 경영지원팀 등을 제외하고 모바일 사업을 추진하는 팀들은 이름도 서비스에 맞춰 새롭게 정하기로 했다. 팀 아래에 파트, 셀 등의 하위 조직도 갖춘다.

김 의장은 기존 다음과 카카오 직원들의 융합을 위한 ‘원(One) 태스크포스’ 팀장직을 직접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가 다른 두 회사의 결합인 만큼 우선 소통의 기업문화를 만들어 유연한 조직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뜻이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2300여명의 다음카카오 임직원을 만나는 것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김 의장은 이 자리에서 임직원들에게 “함께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뢰와 믿음으로 함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카카오-네이버의 한판 승부

김 의장은 앞으로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가려야 한다. 다음카카오와 네이버는 포털 메신저 지도 뉴스 쇼핑 등 사실상 전 분야에서 사업 영역이 겹친다.

다음카카오 출범에 앞서 다음은 검색·지도 서비스를 강화하며 기본기를 다졌고, 카카오는 새롭게 금융(카카오페이), 쇼핑(카카오픽), 뉴스(카카오토픽) 등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영역 확장 의지를 내보였다.

하지만 네이버의 수성 전략도 만만치 않다. 이해진 의장은 이준호 NHN엔터테인먼트 회장과 상호 지분 정리를 통해 네이버의 모바일·인터넷 사업에 더욱 집중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는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다음카카오는 검색을 기본으로 모바일 부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쇼핑·금융·결제 등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가 네이버와의 싸움에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임근호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