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임직원 68명 무더기 제재

금융감독원이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와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고를 일으킨 국민은행에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기관경고' 조치를 내렸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은 앞으로 해외 점포진출이 쉽지 않게 됐으며 해외채권 발행에서도 높은 차입금리를 부담하는 불이익을 받을 전망이다.

일본금융청은 이와별도로 국민은행 도쿄지점 및 오사카지점에 대해 신규영업 못하게 하는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다.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지점이 부당대출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은 직원 6명에 대해선 면직통보하는 등 전·현직 임직원 68명에게도 제재를 통보했다.

금감원은 28일 이런 내용의 국민은행 본점 부문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결과, 국민주택채권 횡령사고와 관련해서는 2010년 3월부터 2013년 11월까지 본점 주택기금부와 영업점의 차장급 직원 2명이 공모해 위조채권을 이용해 1천265회에 걸쳐 111억8천6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기금부의 박모 차장은 3년 8개월동안 강북지점 진모 차장과 짜고 만기(10년)가 도래해 소멸시효가 임박한 국민주택채권을 현금상환하거나 중복상환, 위조 등의 수법을 썼다.

박씨는 이런 방식으로 88억원을 진씨는 23억8천만원을 챙겨 빚을 갚고 외제차를 구입하는 등 호화생활에 썼다.

두 사람은 이로인해 지난달 1심에서 각각 징역 11년, 9년을 선고받았다.

경기도 일산 행신동지점 직원 4명은 박씨와 진씨를 도와주고 대가로 최고 1억2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했다.

서울 강북지점 직원 9명은 채권 소지자가 방문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사람명의로 105억원을 현금상환하기도 했다.

검사에 참여한 금감원 검사 관계자는 "신뢰가 생명인 은행업의 임직원으로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사건"이라며 "한심할 정도"라고 고개를 저었다.

국민은행은 또 5천억원대의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한 도쿄지점의 관리를 사실상 방치했다.

도쿄지점에서 금품수수, 차명송금, 환치기, 사적 금전대차 등 비위행위가 반복적으로 이뤄졌지만 지점의 내부통제와 경영실태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전직 상임 감사는 2012년 11월 자체감사에서 신용등급 임의 상향, 담보가치 과대평가 등으로 여신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등 규정에 위반한 사례를 발견하고도 감사보고서에 누락하고 감사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검사결과 나타났다.

해외점포의 리스크관리 업무도 태만했다.

도쿄지점이 신용등급이 낮은 한국계 고객을 상대로 부동산 담보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불리한 영업여건에서 여신잔액이 60%나 증가했지만, 본점 차원의 리스크 실태조사나 신용감리는 한 번도 없었다.

임직원 징계는 국민주택채권 횡령 관련 51명, 도쿄지점 관련 18명이다.

여기에는 면직(6명), 정직(2명), 문책경고 및 감봉(11명) 등 중징계자도 포함됐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경징계를 통보받았다.

박세춘 부원장보는 "도쿄지점 부당대출과 관련해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당초 중징계 방침이었지만, 제제심의위원들이 이 행장이 당시 지휘하던 리스크관리본부의 책임보다는 해외지점 관리를 맡는 글로벌사업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판단을 내려 1단계 감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부원장보는 "기관경고를 받으면 이사회 보고 후 제재 내용을 공시해야 하며, 해당 임직원은 보험, 저축은행 등 관련업종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며 "3년간 3회 이상 기관경고를 받으면 가중된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의 기관 제재는 영업 인가·허가 취소, 영업정지, 문책 기관경고, 주의적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으로 분류되며 통상 문책 기관경고까지 중징계, 그 아래 단계는 경징계로 분류된다.

일본금융청은 이와 관련, 국민은행의 일본 내 지점인 도쿄지점 및 오사카지점에 다음달 4일부터 내년 3일까지 4개월간 신규영업 정지 제재를 내렸다.

단 다음달 3일 이전 체결된 기존 계약에 따른 거래는 할 수 있다.

일본금융청은 또 신용리스크 관리 및 법규준수와 관련해 일본지점의 지배구조 및 내부통제를 점검·정비하고 업무개선계획을 내달 29일까지 제출할 것과 분기마다 이행상황을 보고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사건은 아직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이번 제재대상에서 빠졌다.

(서울연합뉴스) 유경수 안승섭 기자 yks@yna.co.kr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