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헤지펀드 채무상환협상 결렬로 채권단 이자 지급 못해
국제시장 아직 '잠잠'…경기침체 가속화 등 아르헨 국내엔 결정타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에 이어 13년 만에 또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처했다.

아르헨티나 정부 대표단과 미국 2개 헤지펀드 채권단이 뉴욕에서 이틀간에 걸쳐 벌인 장시간의 막판 채무상환 협상이 30일(현지시간) 오후 결렬되면서, 아르헨티나는 이날 자정을 기해 디폴트 상황에 빠졌다.

이날 자정은 아르헨티나가 지난 2001년 첫 디폴트 후 채무조정에 합의했던 다른 채권단에게 이자 5억3천900만달러를 지급하는 시한이었다.

협상 결렬로 이자 지급이 안된 게 디폴트로 이어졌다.

앞서 미국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은 지난달 아르헨티나의 채무조정에 동의하지 않은 헤지펀드도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과 동일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아르헨티나는 헤지펀드 채권단에 채무 상환을 하지 않는 한, 채무가 조정된 채권단에도 이자를 지불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당초부터 헤지펀드들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강경했다.

첫 디폴트 후 채무조정 협상에 참여하지 않았던 이들 헤지펀드는 그동안 아르헨티나에 15억달러(1조5천382억원) 규모의 채무를 전액 상환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걸었다.

악셀 키실로프 아르헨티나 재무장관은 이날 협상이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어떤 절충점도 찾지 못했다며 "아르헨티나는 미국 헤지펀드들이 주도한 채권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헤지펀드 채권단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아르헨티나 국민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리는 협정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채권단도 아르헨티나가 제안한 타협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대표단은 협상 결렬 후 귀국했다.

협상에 나섰던 헤지펀드인 'NML 캐피탈'과 '아우렐리우스 캐피탈'은 즉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미국 법원이 임명한 협상 중개인인 대니얼 폴락은 결렬 직후 발표문을 통해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빠지는 상황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폴락은 "디폴트가 전면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 긍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궁극적 피해자는 아르헨티나의 평범한 시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아르헨티나의 신용등급을 '선택적 디폴트'로 강등했다.

남미 3대 경제국인 아르헨티나의 디폴트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서는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다만 국제 금융시장이 일단 크게 반응하지 않으면서 이번 사태가 큰 악재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진단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크리스틴 라가르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영향이 "최소한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헨티나가 2001년 디폴트 후 국제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위치였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 상황이 얼마나 오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디폴트 상황에서 신속히 벗어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는 국내 민간은행협회가 헤지펀드에 대한 정부의 채무를 떠안거나, 헤지펀드에 일부 지급보증을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경제에 대한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후퇴하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더 뒷걸음치는 것은 물론, 이미 높은 수준에 올라선 물가상승률도 더욱 가팔라지며 경제 불안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채무 문제를 해결 지음으로써 국제금융시장에 복귀하려던 아르헨티나 정부의 계획도 다시 장애물을 만난 셈이 됐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