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스포츠 산업 강국] 골프존 직원 절반이 개발 인력…"스크린골프 1조7000억 시장 열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20층짜리 골프존타워. 14일 바로 옆 7층 높이의 연구개발(R&D)센터 5층에 들어서자 온통 컴퓨터 화면으로 가득 찼다. 직원들이 그래픽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공학을 전공한 직원들이 바람, 습도 등 물리 데이터를 통해 골프공의 궤적을 계산하면 디자이너들이 이를 받아 그래픽으로 구현하는 작업이었다. 송재순 골프존 연구위원은 “이곳 서울 연구센터에만 180여명 직원이 근무한다”며 “대전 연구센터에서 근무하는 직원까지 합치면 전체 정규직(560여명) 중 절반이 R&D 인력”이라고 말했다.

골프에 정보기술(IT)을 결합, 스크린 골프라는 연 1조7000억원대의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 골프존은 스포츠 R&D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골프존은 매년 매출의 10%를 R&D 비용으로 재투자한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현실에 가깝게 구현하기 위해서다. 김영찬 골프존 회장(사진)은 “골프존은 R&D가 전부인 기업”이라며 “2000년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R&D 직원 비중 50%와 R&D 투자비중 10%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프존의 지난해 매출은 3652원. 올해도 360억원 이상을 R&D에 쓸 계획이다. 김 회장은 “사업 초창기 R&D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 애를 먹었다”며 “지금은 회사가 커져 전자, 게임, 디자인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인재를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존이 보유한 특허는 124건, 현재 출원 중인 특허만도 164건에 달한다. 공의 궤적을 추적하는 기술은 물론 경사지 등을 구현하는 ‘스윙 플레이트 기술’은 골프존의 핵심 기술이다. 항공 촬영한 영상을 3차원(3D) 그래픽화한 기술력과 최첨단 비전 센서를 탑재해 실제 필드에 가깝게 구현한 기술력도 경쟁 업체들을 따돌리는 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골프존은 올해 골프연습 전용 시뮬레이터 ‘GDR(Golfzon Driving Range)’에 기술력을 집중하고 있다. 송 연구위원은 “중국, 미국 등은 한국처럼 ‘방문화’가 익숙하지 않아 스크린 골프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만 골프연습 시스템 수요는 크다”며 “스크린 골프에서 쌓은 연구력을 집중한 GDR로 해외 시장 판로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존은 GDR을 태릉선수촌에 지원, 골프 국가대표팀의 인천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에도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