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국내 증시는 이렇다 할 변화 없는 박스권에 머물러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로 증시에 돈이 몰린 미국, 일본 등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의 이익이 줄어들고 있는데도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기업지원 정책이 나오지 않은 점 등을 증시 부진의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엇갈리는 한·미·일 頂上 주가] 규제완화 지지부진 한국만 '역주행'
코스피지수는 14일 1993.88로 마쳤다. 박 대통령 취임일이었던 2013년 2월25일 2009.52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조선, 화학, 철강, 건설 등 한국을 견인했던 중후장대 업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증시가 활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61조7407억원에 그쳐 2012년 수치를 4.37% 밑돌았다. 올해 1분기엔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7%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은 1.48% 줄었다. 비용 통제, 구조 조정 등을 통해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정작 영업 측면에서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분기에는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5% 감소한 7조2000억원에 그치는 등 부진 업종이 전자, 자동차 등으로 확대됐다.

좀처럼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것도 증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총동원한 것과 달리 한국은 이렇다 할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5월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연 2.5%로 한 차례 내린 것 이외에는 금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재정정책 측면에서도 가까스로 복지 예산을 마련한 것 외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는 게 증권 전문가들의 중평이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저금리 기조를 오랫동안 끌고 가고 있는 미국, 아베노믹스에 사활을 건 일본처럼 통화 정책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증시의 박스권 돌파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경제환경도 한국에 불리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뱅가드 상장지수펀드(ETF)의 벤치마크 변경으로 외국인들이 6개월간 9조4000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털어냈다.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도 고비 때마다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