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9일 오후 5시5분

[마켓인사이트] 사모펀드 보유 기업 '반값 처분' 쏟아진다
토종 사모펀드(PEF)의 대표격인 보고펀드는 2007년 인수한 MP3플레이어 업체 아이리버를 지난달 295억원에 매각했다. 7년 전 인수가격인 600억원의 반에도 못 미치는 값이다. 투자 기회 비용을 고려하면 헐값에 넘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모펀드들에 비상이 걸렸다. 만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인수한 기업을 팔아야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돈을 지급할 수 있는데 팔지 못한 매물이 쌓여만 간다. 헐값에 손절매를 불사하지만 씨앤앰 HK저축은행 메가박스 등 매물 리스트를 채우고 있는 기업은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국내에 사모펀드 제도가 도입된 2005년 이후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펀드를 설정한 지 5년이 지났는데도 회수하지 못한 자금은 6조1160억원으로 총 투자금액(28조1000억원)의 21.7%에 달했다.

김선정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현 나무코프 대표)은 “사모펀드는 통상 설정 후 5년 정도 되면 매각에 들어간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 투자한 사모펀드들의 만기가 속속 돌아오고 있지만 자금 회수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희석 한화생명 투자전략본부장은 “사모펀드들이 활발하게 기업 인수에 나선 2007~2008년 기업 매매 시장에 거품이 끼었던 게 부메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장기간 불황이 지속되면서 인수합병(M&A)에 나설 여력이 있는 기업이 줄어든 것도 거래가 사라진 원인으로 꼽힌다.

사모펀드가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장도 커지고 있다. 투자 기업인 LG실트론 매각에 차질을 빚고 있는 보고펀드는 시중은행들로부터 차입금 상환을 요구받고 있다. 오는 25일 차입금 상환 만기가 연장되지 않으면 ‘사모펀드 채무 불이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좌동욱/고경봉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