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권 자유경제원장(오른쪽)이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피케티 열풍에 자유주의자가 답하다’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현 원장,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오른쪽)이 2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피케티 열풍에 자유주의자가 답하다’ 세미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현 원장,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피케티의 이론은 틀렸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에 대해 한국을 대표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이 반론을 제기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현 원장,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등이 참석한 가운데 ‘피케티 열풍에 자유주의자가 답하다’는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현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자산이 많은 최상위층으로 소득과 부가 갈수록 편중되고 있고, 이에 따른 소득 불평등을 부유세 등 세금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피케티식 주장이 갖는 맹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소득불평등이 사회불안 요인?

피케티의 주장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아서 자본가가 항상 더 높은 소득을 갖기에 부의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된다는 지적과 이런 불평등을 상위 1% 계층에 대한 과세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 원장은 먼저 소득불평등에 대한 피케티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피케티의 이론은 특정계층의 소득이 높아지면 상대적으로 다른 계층의 소득이 줄어진다는 ‘제로섬 게임’의 가정에서 출발한다”며 “그러나 상대적 소득격차는 항상 존재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1800년대 이후 자본주의 시대에서 인류의 절대소득이 높아진 점을 간과한 채 상대소득 격차만 부각시켰다는 얘기다.

조 교수도 같은 주장을 폈다. 조 교수는 “미국의 경우 1947년 상위 5% 계층의 소득은 하위 20% 계층의 5.1배였으나 2007년엔 7배로 늘어난다”며 “이것만 보면 소득 불균형이 악화된 것이지만, 계층별 소득 증가율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 전체적인 소득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업가정신을 간과했다”

상위 1%와 나머지 99%를 대비시키는 논리의 허점도 지적했다. 현 원장은 “피케티는 연도별 상위 1%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상위 1%를 구성하는 이들이 달라질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스티브 잡스처럼 창업 초기엔 빈곤층이었다가 나중에 거부가 되는 등 계층 간 이동을 무시한 채 편가르기식으로 불평등 문제를 접근한다는 지적이다.

피케티의 ‘자본’에 대한 정의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 원장은 “피케티는 자본만 있으면 무조건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전제하는데, 이는 자본의 가치를 확대 재생산하는 기술개발, 기업가정신 등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 도움 안되는 경제철학”

참석자들은 이런 논리적 허점을 지닌 피케티 이론이 “한국 사회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경제철학”이라고 입을 모았다. 현 원장은 “피케티는 보유세 등 세금을 계층 간 ‘형평’을 달성할 수단으로 봤지만, 세계 경제의 개방화로 과도한 조세부담은 해당 국가의 기업 및 부의 유출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피케티는 소수계층 세금을 매기는 게 이른바 ‘남이 잘되면 배 아프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런 유의 주장이 우리 사회에 퍼지면 한국식 성장신화는 멈추고 말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피케티 열풍은 부의 평준화가 성장보다 우선하는가란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지고 있다”며 “지금 한국 경제는 성장에 무게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