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내전을 일으킨 급진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이라크 북부 살라헤딘주(州) 바이지에 있는 정유공장을 장악했다고 AP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티크리트 인근의 이 공장은 이라크 최대 규모로 하루 30만배럴의 원유를 처리할 수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휘발유나 발전소 원료 등 정제유는 전량 국내에서 소비돼 ISIS의 장악이 장기화할 경우 혼란이 우려된다.

ISIS는 이날 새벽 4시부터 박격포와 기관총을 동원해 공격을 시작했으며 공장으로 진입해 일부 시설을 파괴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USA투데이는 “이라크 보안부대가 반란군의 포위 공격에 대비하고 있을 때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피해 공장의 생산은 이미 멈춰 있던 상태”라고 전했다.

이라크 원유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남부지역에서도 아직 ISIS의 공격이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다국적 에너지 기업들이 철수 준비를 하면서 이라크 원유 생산 및 수출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남부 루마일라 유전에 진출한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밥 더들리 최고경영자(CEO)는 “생산은 계속하고 있지만 비(非)필수인력은 이미 떠났다”고 말했다. 남부 웨스트 쿠르나 유전에 진출한 미국 엑슨모빌 역시 근무 인원을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루 320만배럴 수준인 이라크의 원유 생산량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이라크 사태로 이라크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증산 목표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IEA는 석유시장 중기 보고서에서 2019년 이라크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10% 낮추고 “정치적 혼란과 안보 우려가 증산에 점차 더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