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로 은퇴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연금저축은 노후 생활의 안전판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생활비에 쪼들린 연금저축 가입자들이 만기 이전에 계약을 깨고 있어서다.

이렇게 되면 연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할 뿐만 아니라 중도 해지에 따른 소득세까지 물어야 해 사실상 가입자들에게 손해다.

전문가들은 영국처럼 중간에 찾아 쓸 수 있는 금액을 제한하거나, 연금으로 받을 때 세제 지원을 강화하는 식의 제도 보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안전판’ 못하는 연금저축

연금저축 가입자 절반이 10년內 해약…불안한 노후
지난 1분기 기준 금융회사가 판매하고 있는 연금저축의 10년간 계약 유지율은 평균 52.23%다. 전년 같은 기간(55.2%)에 비해 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가입자의 절반이 연금저축을 은퇴 뒤 재원으로 활용하기는커녕 소득세(기타소득세 16.5%)를 물면서 중간에 계약을 해지한다는 의미다. 2001년 1월 도입된 연금저축은 은행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사가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는 대표적인 노후 대비 금융상품이다.

5년 이상 납입하고 55세 이후부터 10년 이상에 걸쳐 연금을 받으면 세제 혜택이 있다. 10년 이상 납입, 5년 이상 수령에서 올해부터 조건이 변경됐다.

연금저축은 주로 보험사들이 판매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가 각각 전체의 56%, 21.6%를, 은행과 증권사가 각각 16.1%, 6.3%를 취급하고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가입자의 소득이나 지출, 재무 계획에 대한 고려 없이 보험설계사 등의 권유에 따라 무턱대고 가입하는 사례가 많은 점이 연금저축의 유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연금 수령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연금지급 방식 다양화 필요

전문가들은 가입자들이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연금저축을 노후 대비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연금 지급 방식을 다양화하고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식의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영국의 경우 연금상품의 25% 이내에서만 일시금 인출을 허용하고 나머지 75%는 무조건 연금으로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대신 연금으로 받는 금액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늘렸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부원장은 “판매 채널별로 차이가 있지만 영국이나 일본의 연금상품 장기 유지율은 한국에 비해 최대 20%포인트 가까이 높다”며 “일정 조건을 충족하고 연금을 수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주거나 계약 해지를 방지하기 위해 긴급 자금 목적 중도인출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식의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는 가입자가 55세 이후 연금을 받을 때 연령대별로 3.3~5.5%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