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업계의 만년 3등이던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지난해 일본 엘피다를 인수한 효과를 톡톡히 보며 빠르게 질주하고 있다. 급성장하는 모바일 D램시장에선 올 1분기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엘피다 인수 직후부터 D램 값이 급등,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마이크론은 최근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경쟁자가 물러서야 끝나는 30년 치킨게임을 거쳐 작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자로 재편된 D램 업계에 마이크론발(發) 새로운 전운이 드리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바일D램 2위 오른 美 마이크론…메모리 반도체시장 흔드나
○마이크론의 메모리 시장 질주

모바일 D램시장에서 2012년 1분기 마이크론은 점유율이 6.2%(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 기준)에 그쳤다. 당시 일본 엘피다와 합쳐도 20.4%였다. 하지만 올 1분기 마이크론은 29.8%의 점유율을 기록해 9.4%포인트나 늘어났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19.8%에서 23.6%로 3.8%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고, 삼성전자는 58.4%에서 43.9%로 14%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마이크론이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D램은 최근 메모리 업계가 가장 공을 들이는 시장이다. PC 판매는 줄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가 급성장하고 있어서다.

원래 마이크론은 모바일 D램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 모바일 D램에 많은 투자를 했던 엘피다를 인수, 생산능력을 키웠다. 모바일 D램의 세계 최대 구매자 중 하나인 애플이 같은 미국 업체인 마이크론으로부터 구매를 계속 늘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더칸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8월 “엘피다 인수를 통해 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2위에 오르겠다”고 말했다.

낸드플래시에서도 선전이 돋보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마이크론은 14.5%의 점유율을 기록, 작년 4분기(12.3%)보다 2.2%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삼성과 도시바, SK하이닉스는 모두 점유율이 떨어졌다. 마이크론이 지난해 말 싱가포르에 있던 D램 공장을 낸드플래시 공장으로 전환하며 생산을 확대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업계 3위 마이크론이 4위 엘피다를 인수하면서 상당 기간 자금력 등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봤지만, 인수 무렵부터 시장이 안정되면서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 순조롭게 인수를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2013 회계연도 4분기(6~8월) 2억700만달러였던 영업이익이 2014 회계연도 1분기(9~11월) 5억5000만달러, 2분기(2013년 12월~2014년 2월) 8억6900만달러로 매분기 급증하고 있다.

○D램시장 ‘치킨게임’ 재연되나

D램 업계에서는 앞으로 마이크론이 추가 투자에 나서며 시장 판도를 뒤흔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램 업계는 삼성전자가 시장에 뛰어든 1983년부터 2012년까지 ‘30년 치킨게임’을 이어오다 2013년 초 엘피다 파산 이후 삼성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강(强) 체제로 안정화됐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 후 꾸준히 투자를 늘려왔다. 올해 초 엘피다 히로시마 공장이 800억엔(약 8014억원)을 들여 D램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게 대표적이다. 특히 지난 1년간 주가가 13달러 선에서 31달러까지 3배 가까이 급등해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발달된 미국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비교적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론이 실제 추가 투자에 나설 경우 한국 D램 업계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D램 업계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술이 앞서기 때문이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삼성전자 D램의 주력은 25나노미터(㎚), SK하이닉스는 29㎚다. 반면 마이크론은 아직 30㎚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는 결국 기술과 생산능력이 관건”이라며 “삼성과 SK하이닉스도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는 만큼 마이크론이 싸움을 걸어와도 이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