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72)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10일로 한 달을 맞았다. 위급한 상황은 지났지만 상당 기간 입원 치료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입원해 있지만, 삼성은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 상장 계획을 발표하는 등 차분한 가운데 정상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장기 치료 불가피

9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하루 7~8시간 정도를 눈을 뜬 채 누워 있다. 그리고 발가락과 손가락도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진정치료(약물로 가수면 상태에서 치료하는 것) 중인 가운데 의식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심장과 폐 등 장기 기능은 정상적이며, 뇌파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달 하순부터 눈을 뜨고 정면을 응시하는 등 생체 징후는 비교적 안정적”이라며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만큼 의식 회복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상훈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교수(순환기내과)는 “심폐소생술 과정에서 뇌혈관에 일부 손상이 갈 수 있지만 저체온요법과 진정치료를 신중하게 했다면 정상 회복할 수도 있다”며 “이 회장과 같은 상태에서 몇 개월 내지 몇 년이 지나 갑자기 의식이 회복돼 자리에서 일어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경영 공백 우려 불식

삼성은 총수의 공백으로 경영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주가는 이 회장 와병 이후 대부분 상승세를 탔다. 총수의 의사결정이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국 대기업 문화를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이는 이 회장이 정착시켜온 시스템 경영 덕분이라는 평가다.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미래전략실이 정상 가동 중이고, 전문경영인들이 평상시처럼 각 계열사와 사업부를 책임지면서 별다른 충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두고 한 외신은 스티브 잡스 혼자 회사를 이끌다시피 한 애플과는 다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삼성은 지난 3일 삼성에버랜드를 상장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삼성전자가 삼성SDI와 제일모직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작업도 지속했다. 2007년 이후 줄다리기를 계속해 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피해 근로자 문제도 대화를 통해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준혁/김현석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