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 계획이 기업들에 3년간 최대 28조원의 과징금 부담을 지울 수 있다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와 18개 주요 업종별 단체는 1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계획안이 현실을 무시한 채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안겨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탄소거래 시행땐 기업들 과징금 28조 낼 판"
환경부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적용 대상 기업 전체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허용량을 총 16억t으로 한정하고 업종별로 배출 할당을 지정한 ‘국가배출권 할당계획’을 지난달 27일 발표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한국거래소에서 업체별로 남거나 모자라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거래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정작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인 중국(28.6%), 미국(15.1%), 일본(3.8%) 등은 시행하지 않고 있는데 배출 비중이 1.8%에 불과한 한국이 내년부터 거래제를 시행하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제를 시행 중인 유럽연합(EU)의 2010년 배출권 평균 가격인 t당 2만1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향후 3년간 모자란 배출권을 사기 위해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만 총 5조9762억원에 이를 것으로 산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기업이 배출권이 부족해 거래가 힘들어지면 과징금을 낼 수밖에 없는데, 과징금 상한선인 10만원을 적용하면 부담액이 총 28조4591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간 법인세수 규모(35조원)에 버금가는 부담이 생겨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얘기다.

게다가 발전 기업이 전력을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직접배출’ 외에 기업이 구입해 사용하는 전기에 대한 ‘간접배출’도 거래제 적용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중규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EU는 직접배출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 제도가 산업계에 미칠 부정적 파급 효과를 고려해 정부가 배출 허용 총량과 할당량을 상향 조정하고 할당 대상에서 간접배출을 제외할 것을 요청했다. 아울러 정책추진 과정에서 산업계와 충분히 논의해줄 것을 당부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중국, 미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 상위국과 함께 시행해야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기업이 고효율 기술을 서둘러 도입해 산업 구조가 저탄소 기조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는 오는 7월까지 할당 대상 업체를 지정하고, 8월 말까지 할당 신청을 받아 10월에 개별 기업의 배출권 할당량을 정할 계획이다.

■ 탄소배출권 거래제

정부가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보다 배출량을 30% 줄이겠다는 목표로 도입한 제도. 업체별로 배출권을 할당하고, 그 범위에서 남거나 부족한 부분은 다른 업체와 사고팔 수 있도록 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