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플래시도 글로벌 '치킨게임' 시작되나
세계 메모리 업계가 앞다퉈 낸드플래시 공장 증설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는 취지지만, 증설 규모가 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D램과 달리 낸드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배경이다.

2012년 일본 엘피다 파산으로 D램 업계에선 ‘30년 치킨게임’이 종결됐지만, 낸드에선 치킨게임이 재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도시바 투자 확대키로

12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낸드 업계 2위인 도시바는 욧카이치 공장 두 번째 라인(팹2)에 3년간 7000억엔(약 7조419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4000억엔을 계획했지만, 차세대 ‘3차원(3D) 낸드’의 양산을 앞당기기 위해 투자액을 늘렸다.

도시바는 낸드를 발명하고 최초로 양산한 ‘원조’다. 도시바의 투자 확대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과의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1위 삼성전자는 지난 9일 중국 시안 공장에서 3D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이 만드는 40나노급 낸드를 24층으로 쌓아올린 3D낸드는 20나노급 단층형에 비해 속도는 2배 빠르고 수명은 10배 길다. 삼성은 조만간 36층 3D낸드를 개발해 시장을 평정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4위 SK하이닉스도 지난해 D램과 낸드를 같이 만들던 청주 M12라인을 낸드 전용으로 바꾸는 등 낸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D램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다. 3D낸드도 연말께 양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3위 마이크론도 최근 싱가포르 D램 공장을 낸드용으로 전환했다.

이처럼 경쟁사들이 낸드 생산을 늘리자 도시바도 물량으로 맞받아치기로 한 것이다. 도시바는 D램과 낸드를 함께 만드는 경쟁사들과 달리 낸드만 만든다. 낸드에서 밀리면 치명적이다. 지난 3월 도시바가 특허공유협약을 맺은 SK하이닉스를 상대로 기술유출소송을 건 것도 견제를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게다가 SK하이닉스가 1분기 1조570억원, 마이크론이 8억6900만달러를 버는 등 각 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분기당 1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어 지갑도 두둑한 편이다. 증설 경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치킨게임 본격화되나

공정기술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삼성이 3D낸드 양산을 시작하자 도시바는 지난달 15나노 낸드 공정기술 개발을 완료했다. 15나노 낸드는 24층 3D 낸드와 성능이 비슷하다. SK하이닉스, 마이크론도 지난 1분기부터 16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회로가 미세화되면 웨이퍼(실리콘 기판) 한 장에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수가 많아진다. 증산과 기술 개발이 맞물려 낸드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세계 낸드 업계의 비트그로스(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를 49%로 추산한다. D램의 10%대를 크게 웃돈다. 아이서플라이는 2015년 2분기까지 낸드 시장은 약간의 공급초과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가격도 하락 추세다. 지난해 말 3.68달러였던 낸드 고정거래가(64Gb 기준)는 지난 4월30일 2.79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낸드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며 “가격도 하락 안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남윤선/김현석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