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혁신성' 부각…삼성 "구글 안드로이드도 혁신적"
삼성, '구글에 聖戰' 선포한 잡스 편지 공개


삼성과 애플이 1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서 열린 특허침해 2차 소송 재판에서도 팽팽한 신경전을 폈다.

이날 모두진술에서 원고인 애플 측은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혁신성'이라는 카드를 다시 강조하며 배심원들을 설득했다.

똑같은 변호인을 내세웠고, 배심원들에게 던진 첫 문장과 근거를 제시하는 방식도 1차 재판 당시와 똑같았다.

파괴력이 컸던 '헌 창'을 다시 꺼내 쓴 셈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새로운 대응 전술을 선보였다.

재작년과 작년의 실패 사례를 거울삼은 듯 "구글 안드로이드도 애플 못지 않게 혁신적"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삼성 제품이 잘 팔린 것은 소비자 선택의 결과일 따름"이라고만 강조했다가 패소로 이어졌던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새 방패'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모두진술에 나선 변호인도 교체한 삼성이다.

먼저 발표한 애플 측 변호인 해럴드 맥엘히니는 배심원들에게 "2007년 1월 9일 여러분들은 어디 계셨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모두진술을 시작했다.

재작년 1차 재판과 작년 1차 재판 재심리 당시와 똑같은 방식이었다.

그는 애플 최고경영자(CEO)였던 잡스가 당시 맥월드에서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는 화면을 보여 주면서 배심원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아이폰의 혁신성을 부각하고 삼성전자가 애플 제품을 베꼈다고 주장하는 전략이었다.

맥엘히니는 2010년에 작성된 삼성전자 내부 문건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가 아이폰을 의도적으로 모방했다고 설명했다.

이 또한 전에 열린 두 차례 재판과 마찬가지였다.

이 문건에는 '디자인의 위기'를 언급하면서 "아이폰과 같은 것을 만들자"고 지시한 신종균 삼성전자 IM 부문 사장의 발언이 담겨 있다.

그는 "여러분들이 문건들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은 아이폰을 베끼는 것이 문자 그대로 삼성의 개발 과정에 내장돼 있다는 점"이라며 "이것은 특허가 난 발명을 '잘라서 붙이기'로 베낀 것"이라고 말했다.

맥엘히니는 또 애플 특허가 걸린 검색 기술을 삼성이 자사 제품에 넣었다가 애플이 소송을 걸자 이를 일단 뺐다가, 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르자 다시 이를 도입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등장한 삼성전자 측 변호인 존 퀸은 "애플은 훌륭한 회사지만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은 아니다"라며 애플 측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애플이 혁신적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선도 기업이 정체돼 있을 때 다른 기업이 나타나 또 다른 혁신을 가져오는 일이 있다면서 구글이 그런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번 소송)은 사실은 '애플 대 구글 안드로이드'에 관한 것"이라며 애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삼성 제품의 소프트웨어 특징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에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개발될 때 들어간 특징들이고, 삼성이 애플 제품에서 이 특징들을 보고 베껴서 자사 제품에 넣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또 "여러분께 안드로이드 얘기를 해 드리겠다"며 구글이 오픈 소스 운영체제(OS)로 안드로이드를 개발해 공개한 사연을 배심원들에게 설명했다.

그는 구글이 매우 혁신적인 회사이며, 구글이 개발한 안드로이드 역시 스마트폰 분야에서 커다란 혁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애플이 주장하는 일부 특허는 아이폰에 쓰인 적조차 없다고 지적하면서 애플 측 전문가 증인으로 나선 존 하우저 MIT 교수의 논리에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 측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기 1년 전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성전'(聖戰)을 다짐했다는 편지를 변론에서 공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편지는 잡스가 2010년 10월 임직원 연례회의인 '톱100'을 준비하며 보낸 것으로 2011년 "구글과 벌일 성전"이 당시 회의의 "주된 이유"라고 쓰여 있었다.

잡스는 또 알림, 무선 테더링, 음성 인식 등 아이폰이 뒤쳐진 분야에서 "안드로이드를 따라 잡을" 필요가 있고 캘린더와 이메일 등을 클라우드 서비스에 통합하는 방식도 구글이 "애플에 앞서 있다"고 말했다.

잡스는 이어 이 같은 상황이 애플에 '혁신가의 딜레마'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혁신가의 딜레마는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1997년 낸 책의 제목으로 시장 선도기업이 성공적인 제품과 전략에 너무 오래 매달리면서 새로운 도전자들에 비해 취약해질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퀸의 모두진술 변론 전략은 찰스 버호번과 빌 프라이스가 각각 모두진술을 담당했던 재작년과 작년의 1차 재판 당시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재작년 1차 재판 당시 삼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고 오히려 애플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 작년에 열린 1차 재판 손해배상금액 일부 재산정 때는 "삼성 스마트폰이 잘 팔린 것은 이 제품의 소프트웨어적 기능 때문이 아니라 배터리와 화면 크기 등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전략을 택했다.

(새너제이·서울연합뉴스) 임화섭 특파원 나확진 기자 solatido@yna.co.kr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