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24년 만에 ‘은행 소유 건물의 절반 이상을 무조건 영업점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제를 손보기로 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규제’로 은행들이 점포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본지 4월1일자 A1면 참조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은행법 38조 및 시행령 18조, 감독규정 25조 등에 있는 은행 소유 건물에 대한 영업점 사용 면적 제한 규정을 전면 개정하기로 했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감독규정에 있는 ‘은행이 가진 건물의 50% 이상을 사용하지 않으면 비업무용 부동산으로 분류돼 건물을 소유할 수 없다’는 항목을 아예 없애거나 의무 사용 면적을 20% 이하로 낮추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은행 소유 건물에 대한 점포 사용면적 규제는 1990년 부동산 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은행의 부동산 투자를 막기 위해 생겼다. 이후 부동산 경기가 침체에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이 규제로 인해 그동안 은행들은 점포가 들어선 자가 건물의 한두 개 층을 비워두기 일쑤였다. 예를 들어 5층짜리 건물의 경우 2개층만 임대를 주고 2개층은 점포로 쓰면서 나머지 1개층은 창고로 사용하거나 방치하는 식이었다. 절반 이상을 영업장으로 써야 한다는 규제 탓에 50년 가까이 된 건물도 재건축하지 못했다. 4대 시중은행의 영업점 중 자가건물 수는 국민은행 200곳, 우리은행 138곳, 신한은행 102곳, 하나은행 73곳 등이다.

금융위가 관련 규제를 없애기로 함에 따라 은행들은 영업장 유지에 필요한 공간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모두 임대를 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수십년 된 보유 건물을 다시 지어 활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한 시중은행장은 “은행들의 24년간 숙원이 풀리게 됐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모든 금융 규제를 전면적으로 점검해 오는 6월까지 개선할 방침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