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4년 임기를 마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남대문로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떠나며 직원들의 환송에 손을 흔들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31일 4년 임기를 마친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남대문로 한은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떠나며 직원들의 환송에 손을 흔들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퇴임 메시지는 4년 전 취임 때와 같은 ‘글로벌 한국은행’이었다.

김 총재는 31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에서 이임식을 열고 “(금융위기 이후) 정책당국자가 과잉반응하는 경향이 자주 목격된다”며 “지난 수년간 이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에도 용기가 필요했다”고 되돌아봤다. 경제상황 판단이 어려울 때 정책담당자는 향후 비난을 피하기 위해 비관주의자가 되기 쉽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는 불필요한 비용을 낳는다”며 “국제적 안목을 갖추고 중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물가상승률이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연 2.5~3.5%)를 밑도는 데 대해선 “하한을 2.5% 이하로 낮추지 못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고용목표 등 통화정책을 예고하는 ‘선제적 안내’를 도입하는 방안과 관련해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성과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미완의 과제로 금융 국제화를 꼽으며 “외환시장에서 시장원칙에 적합한 과감한 조치가 추진돼 동북아 금융중심지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임사를 200자 원고지 240장 분량의 고별강연으로 대신했다. ‘모든 것이 서로 얽혀 있다’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연설문 인용으로 시작해 ‘노병은 사라질 뿐 죽지 않는다’는 명언으로 끝을 맺었다. 이주열 신임 한은 총재 임기는 4월1일부터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