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잠정)'은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4%대를 기록해 경기 회복세를 반영했다.

그러나 설비투자는 1.5%나 감소하는 등 우려되는 대목도 적지 않았다.

◇ 1인당 소득 2만6천달러선…환율에 기준 개편 효과

지난해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년보다 4.0% 늘어났다.

이는 2010년(7.0%) 이후 최고 수준이다.

GNI는 국내총생산(GDP)에서 무역 손익과 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 등을 가감한 것으로 실질적인 소득 수준을 말한다.

따라서 실질 GNI 증가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의 소득 수준이 나아졌다는 의미다.

명목 기준의 1인당 GNI는 2만6천205달러로 전년의 2만4천696달러보다 6.1% 늘었다.

1인당 GNI는 2006년 2만823달러로 처음 2만달러를 돌파하고 2007년 2만3천33달러까지 올랐으나 경제위기를 겪으며 2008년 2만463달러, 2009년 1만8천303달러로 추락했다.

이후 2010년 2만2천170달러, 2011년 2만4천302달러, 2012년 2만4천696달러로 상승세를 이어왔다.

지난해 1인당 GNI의 증가는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의 덕도 크게 봤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은 연평균 2.8% 절상됐다.

원화 기준의 1인당 GNI 증가율(3.1%)보다 달러 기준 증가율(6.1%)이 높은 이유다.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천428조3천억원으로 전년의 1천377조5천억원보다 3.7% 증가했다.

마찬가지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라 미국 달러 기준으로는 6.7% 늘어난 1조3천43억달러를 나타냈다.

국민계정체계 기준년 개편도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설비투자는 뒷걸음…민간소비 부진은 여전

설비투자는 부진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10년 22.0%, 2011년 4.7%, 2012년 0.1% 등으로 둔화하다가 지난해에는 -1.5%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을 중심으로 기계류 투자가 3.5% 감소한 영향이 컸다.

국내총투자율은 전년보다 2.0%포인트 하락한 28.8%였다.

200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30%대 초반을 유지하던 국내총투자율은 지난해 처음으로 20%대로 추락했다.

민간소비도 지지부진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보다 2.0% 늘어 정부소비 증가율(2.7%)을 밑돌았다.

전반적인 소득 악화와 저금리 기조로 제자리걸음을 걷던 저축률은 소폭 높아졌다.

개인 순저축률은 작년에 4.5%로 전년보다 1.1%포인트 늘었다.

한은은 "2013년 가계저축률이 높아진 건 가계소비 증가율(3.2%)이 가계소득 증가율(4.4%)보다 낮았기 때문"이라면서 "기업 부문의 저축률은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역점을 둬온 서비스업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하락했다.

GDP 대비 서비스업 비중은 2003~2004년(59.9%→58.5%)을 제외하곤 매년 커졌으나 2008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한 뒤 2012년 59.5%, 2013년 59.1%로 감소했다.

◇작년 성장률 3.0%로 상향조정…기준년 개편 효과는

한국은행이 국민계정체계(SNA) 기준을 기존 '1993 SNA'에서 '2008 SNA'로 변경하고 기준년을 2005년에서 2010년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지난해 실질 GDP 증가율이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2.8%)보다 높아진 3.0%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은 한 해 동안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총 부가가치로 생산량과 가격을 곱해 산출된다.

이때 기준연도 가격에 고정해 생산량 증가분만을 파악하는 지표가 실질 GDP다.

기존에는 품목별 가격과 가중치가 모두 2005년에 맞춰져 있어 이후 변화된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이번 개편으로 K팝을 비롯한 음악, 드라마, 영화, 문학 등 창작품의 제작비와 기업 및 정부의 연구개발(R&D) 지출이 무형고정투자(지적재산권)에 편입됐다.

정부의 소비지출로 인식되던 전투함, 군함 등 일부 무기시스템도 자산으로 처리했다.

이 항목들은 이제까지 중간 비용의 형태로만 일회적으로 국내총생산에 반영됐지만, 무형고정투자에 편입돼 매년 감가상각되면서 그만큼의 부가가치가 GDP에 추가된다.

가공무역과 중계무역 등 글로벌 생산 활동의 거래발생 시점도 '국경 통과'에서 '소유권 이전'으로 변경됐다.

즉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이 해외에 법인을 세워 소유권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나라에서 발생한 이익도 국내 GDP로 잡힌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개편으로 GDP가 늘어났지만 이는 기업의 R&D나 정부의 무기 구입이 통계에 새로 잡혔기 때문이므로 국민 생활수준이 나아진 것은 아니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GDP와 체감 경기의 괴리가 걱정되는 부분"이라며 "GDP는 한 나라의 경제규모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므로 틀렸다고 할 수도 없다.

체감경기는 1인당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등 보조지표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의 변동 가능성에 대해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제까진 공식적인 캐피탈스톡(capital stock) 통계가 없었지만 오는 5월 최초로 발표하는 국민 대차대조표에 반영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잠재성장률 등을 다시 계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 스톡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실물자산 등의 합으로, 이에 따라 잠재성장률도 달라진다.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