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비관 자살 잇따라…"기초생활수급자 제도 바꿔야"

한국의 자살 사망률이 20년 새 3배 늘었다.

자살 원인은 5건 중 1건꼴로 '경제생활문제'였다.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자살 공화국'을 부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2012년 인구 10만명당 고의적 자해 사망자(자살)는 28.1명이었다.

20년 전인 1992년 8.3명의 3배가 넘는다.

자살 사망률은 1992년 8.3명에서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 18.4명으로 늘었다.

2002년 17.9명, 2007년 24.8명에 이어 2011년 31.7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2년에는 28.1명으로 소폭 하락했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표준인구로 계산한 한국의 자살률은 29.1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2.5명)의 2.3배에 달했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자살 사망률이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나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0∼2010년 한국의 자살 사망률은 101.8% 증가했다.

같은 기간에 포르투갈(86.0%), 칠레(19.8%) 등을 제외하면 에스토니아(-42.8%), 스페인(-22.2%), 독일(-15.6%), 일본(-4.9%) 등 대부분의 OECD 회원국에서 자살 사망률은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한국의 자살 원인은 다양하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2012년 15세 이상 인구를 대상으로 한 사회조사에서는 1년 사이에 심각한 수준의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답변이 9.1%에 달했다.

이중 가장 많은 39.5%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변했다.

경찰청이 같은 해 자살 사망자의 유서와 주변 진술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가 5건 중 1건에 이르렀다.

2012년 경찰통계연보에 따르면 자살 1만3천940건 중 2천618건(18.8%)이 경제생활 문제로 발생했다.

정신적·정신과적 문제 3천861건(27.7%), 육체적 질병문제 2천887건(20.7%)에 이어 세 번째로 비중이 컸다.

최근에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단독주택 지하에서 생계곤란과 질병에 시달리던 박모(60·여)씨와 그의 두 딸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생활고 비관 자살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이 '자살 공화국'의 오명을 갖고 있는 것은 빈곤에 시달리는 사회적 취약계층을 방치하는 부실한 사회안전망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송영신 한국1인가구연합 대표는 "정부는 현재 복지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조하고 있는데 '알림'만으로는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주의를 직권주의로 바꿔 공무원이 기초생활수급이 필요한 사람을 직접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또 "실질적 부양능력이 없는 부양 의무자에게 공공부조에 관한 국가의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면서 "현재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부양의무자 기준' 조항을 삭제해 현실에 맞는 수급자 선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수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심장마비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듯이 자살 징후자를 관리하는 '심리적 심폐소생술'을 모든 국민이 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고농축 농약을 규제한다든지 추락사가 잦은 교량에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 자살의 접근성을 낮추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센터장은 "중앙자살예방센터에 오후 10시가 넘어 전화하는 사람들의 절반 이상은 술에 취한 상태"라며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에 술 마시는 문화를 바꾸고, 24시간 어디서나 주류를 살 수 있는 현행 제도로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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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서울연합뉴스) 차지연 박수윤 기자 charge@yna.co.krcla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