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지만 경제 성장을 위해선 개방경제를 유지해야 합니다.”

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는 ‘2014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둘째날인 19일 첫 번째 세션에 참석해 “한국이 이만큼 경제 성장을 달성한 것은 해외시장에 집중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졸릭 전 총재는 한국이 샌드위치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기술, 금융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중국은 낮은 임금을 바탕으로 생산 품질을 높이고 있어서다. 더욱이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일본 등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고 북한과 맞닿아 있어 정치적인 불안정성도 크다고 분석했다. 그는 “외부 장벽을 높여 국내시장을 정치·경제적으로 보호하려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며 “하지만 훌륭한 유학생들이 외국으로 나가서 식견을 넓히고 삼성 등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덕분에 한국이 발전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졸릭 전 총재는 한국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인적자원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이후 감소할 것”이라며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론 여성 인재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졸릭 전 총재는 “한국 여성들은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육아가 일과 양립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노동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의 이중적인 구조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부 한국인은 강력한 노조를 바탕으로 상당한 혜택을 보고 있지만 근로자 중 3분의 1은 고용불안을 느끼고 승진 가능성도 없다”며 “최근 대졸자들이 구직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지만 앞으로는 서비스업 경쟁력도 확대해 경제 전반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영연/마지혜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