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지표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주요기업의 실적이 지난해 4분기 이후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괴리감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선 ‘경기 침체가 워낙 장기화된 탓’으로 설명하는 분위기다. 국민이 경기 회복을 몸으로 느끼려면 지표 경기가 지금보다 훨씬 강하게 반등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고 처리 증가가 ‘판매량 증가,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재고 처리를 위해 대폭 할인한 상품은 잘 팔리지만 그런 상품이 정상가 판매를 잠식하면서 기업 실적이 나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시장에서 수익성이 낮은 소형차가 잘 팔리고, 수익성 높은 중·대형차는 상대적으로 판매가 부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불황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합리적 소비’를 늘리면서 매출 증가만큼 이익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회복 수준’이 아직 미흡하기 때문인 측면도 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이 지난해 10월 75.6%에서 12월에는 77.7%로 회복됐지만 기업들은 “80%는 돼야 정상”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이 1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5만8846건에 달했지만 경기가 꺾이기 전인 2011년 1월(6만9702건)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지금은 그동안 워낙 억눌렸던 것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아직 경기가 정점에 올랐다고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