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완화 축소·중국 성장 둔화 등 원인

세계 금융시장에 갖가지 악재가 쏟아져 금융시장 혼란이 신흥국 중심으로 한동안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세계 시장 하락하는 주요인 중 하나로 그간 선진국 등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점을 지목했다.

존 플렌더 FT 칼럼니스트는 "세계 증시가 지난해 급등에 이어 올해도 순항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근본적인 문제였다"며 "시장이 과도하게 올라서 취약해졌으며 그 가장 극단적인 예가 일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225)는 지난해 56.7% 폭등했으나 올해는 지난 4일까지 14.0% 폭락하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지난해 말에는 세계 경제가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거래됐다"며 "자세히 살펴보니 세계 경제는 회복 중이지만 회복 속도는 그간 시장 가격에 반영된 만큼 빠르지는 않다"라고 WSJ에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양적완화 축소도 그간 감춰졌던 세계 경제의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증시의 특이한 현상은 미국 경제 지표가 악화하면 양적완화 축소가 지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증시가 올랐다는 점이다.

그러나 최근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됨에 따라 경제 지표가 나빠지면 증시도 하락하는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온 것이다.

실제 지난달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가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자 미국 증시는 2% 이상 급락했다.

스페인 BBVA 은행의 스티븐 슈워츠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시장에서 연준이 양적 완화 정책 종료라는 예정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식의 확산이 반영된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시장 혼란으로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를 일시 중단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WSJ는 전망했다.

게다가 여러 신흥국은 국가별로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터키·태국·우크라이나는 정치 위기, 아르헨티나는 페소화 폭락,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광산 파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문제가 각국별로 제각각이다 보니 단일한 해결책이 없어 시장의 동요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리처드 제럼 뱅크오브싱가포르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밝혔다.

터키·남아공·인도 등이 통화 가치 하락에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했으나 이 때문에 이들 국가의 성장세가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장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간 신흥국 성장의 버팀목이 돼 온 중국도 이제는 신흥국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

WSJ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의 성장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자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섰지만, 올해는 그럴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고 전했다.

플렌더 FT 칼럼니스트는 신흥국 등에서 앞으로도 싸게 살 수 있는 자산은 분명히 있겠지만 "더 일반적인 회복은 아직 임박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자금이 미국 국채로 피난하는 흐름은 일시적이며 결국 조만간 선진국 주식으로 되돌아올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jhpark@yna.co.kr